“우버 사태는 시작일 뿐이에요. 새로운 기술에 바탕을 둔 서비스의 등장으로 기존 법·제도와 마찰을 겪는 일은 앞으로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자가용 콜택시 알선 서비스인 우버(Uber)에 대해 서울시가 차단 방침을 밝힌 것을 계기로 새로운 혁신 서비스와 기술이 현행 법 등과 충돌하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내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우버와 같은 혁신 서비스를 기존 제도와 법규 틀 안에서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무인 자동차와 무인 비행체, 공유 숙박, 온라인 부동산 중개 서비스 등 현행 법으로는 수용하기 힘든 서비스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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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해 막거나 서울시처럼 공공서비스로 대체해 시장을 빼앗는 것은 민간의 창의와 혁신을 짓밟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우버 사태를 계기로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탄력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꿔나가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이 기술 변화 못 따라가

최근 우버 논란에 대해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지금 당장은 우버를 금지할 수 있지만 언제까지 계속 금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우마차 업자들이 반대해 자동차도 빨간 깃대를 꽂고 다니도록 한 법을 1865년 제정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윤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우버는 기존 운송 체계와 다른 비즈니스가 등장한 것인데, 합법이냐 불법이냐보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효용이나 가치를 더 많이 주는지 아니면 피해나 문제를 더 많이 발생시키는지 먼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나 인터넷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면 결국 규제가 바뀌게 된다”고 덧붙였다.

조신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장은 “어느 나라나 규제가 기술의 변화를 못 좇아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법과 제도가 바뀌는 속도가 너무 느린 감이 있다”며 “특히 제조업에 비해 발전이 늦은 서비스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기술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터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가 무인 자동차 출현에 대비해 이를 합법화한 게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택시기사에게도 선택권 줘야

서울시의 우버 앱 서비스 차단 방침에 대해서는 승객은 물론 택시기사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우버는 택시기사가 아니라 택시회사를 위협하는 서비스”라며 “오히려 택시기사들이 우버를 비롯해 다양한 교통 서비스 회사를 통해 일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는 “많은 택시운전사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우버에 반대하는 의견도 이해가 간다”면서 “우버와 택시 업계, 정책 결정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형 소장은 “산업혁명기에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지만 결국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 없었다”며 “국가의 역할은 새로운 기술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것이지 무조건 막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임근호/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