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소비자 신뢰지수가 2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닐슨에 따르면 2분기 세계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 분기 대비 1포인트 상승한 97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53을 기록하며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2분기 세계 소비자 신뢰지수는 세계 금융 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2007년 상반기(97) 수치까지 회복된 것으로, 한국 소비자들과는 달리 세계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는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신뢰도는 100점을 기준으로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낙관과 비관 정도를 나타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북미 지역 소비자 신뢰지수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지난 분기와 같은 수치인 106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소비 심리가 가장 활발한 지역의 자리를 유지한 가운데, 북미 지역이 지난 분기 대비3포인트 상승한 103을 기록하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의 격차를 좁혀 나갔다. 중동 아프리카 지역과 남미 지역은 각각 1포인트, 3포인트 하락한 93과 90을 기록했으며 유럽은 2포인트 상승했지만 대륙 중에 가장 낮은 77을 기록했다.

나라별로는 2분기에 ‘경제 성장’을 강조하는 모디 정부가 공식 출범한 인도가 지난 분기 대비 가장 큰 상승폭(+7p)을 보이며 128을 기록, 최근 5분기 연속 선두 자리를 차지했던 인도네시아(123, -1p)를 2위로 끌어내렸다. 이어 필리핀(120, +4p), 중국(111, 이전 분기와 동일), 아랍에미레이트(109, -5p), 덴마크(106, +6p), 태국 (105, -3p) 등 총 12개국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100 이상을 기록했다.

한국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최근 2분기 연속 상승하며 53을 기록했지만 이는 여전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에서는 최저 수치로, 두 번째로 낮은 일본(73, -8)에 비해서도 20포인트나 뒤진 수치이다. 전세계적으로도 러시아와의 정치적 분쟁에 휘말려 있는 우크라이나(61, +5) 와 국가적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55, +2)에도 뒤질 정도로 최하위권의 수치에 속한다.

국내 응답자의 90%는 향후 1년간 일자리 상황이 나쁘거나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인적인 재정 상황을 묻는 질문에도 81%의 응답자들이 나쁘거나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답변해 지난 분기와 비슷하게 비관적인 경향을 보였다. 한국인의 향후 6개월간의 주요 관심사를 묻는 질문에는 지난 분기 3위를 기록한 ‘경제’(29%)가 이번 분기에는 1위로 올라섰고, 지난 분기 1위를 기록했던 ‘일과 삶의 균형’(27%)은 2위로 물러났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느끼는 일자리와 재정 상황에 대한 체감 온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경제에 대한 염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韓소비자 신뢰지수 '최하위권'…재정위기 '그리스' 보다도 낮아
또 지난 분기와 같은 67%에 해당하는 응답자들이 지난해에 비해 생활비를 절감하기 위해 지출 습관을 바꿨으며 구체적인 절감 방법으로는 ‘외식비 절감(57%)’, ‘의류 구입비 절감(47%)’, ‘저렴한 식료품 브랜드 제품 구입(40%)’, ‘가스와 전기 절약(35%)’ 등을 꼽았다.
韓소비자 신뢰지수 '최하위권'…재정위기 '그리스' 보다도 낮아
신은희 닐슨코리아 대표는 "경기 회복은 소비 심리의 회복에서부터 시작되는데,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는 2분기에도 세월호 참사 및 월드컵 특수의 실종 등으로 인해 부진을 겪으며 세계 소비자 신뢰도의 회복세를 따라 잡지 못했다"며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는 세계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의 침체된 소비 심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펼치기에는 전세계 소비 심리가 회복세에 들어서 있는 지금이 적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도 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중장기 정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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