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 '금융종합과세'서 제외
정부는 내년부터 원칙적으로 모든 배당소득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자 배당 등 금융소득으로 연간 2000만원 이상을 올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 납세자들은 금융소득에 배당소득을 합산하지 않아도 된다. 또 전체적으로 세 부담이 낮아지는 가운데 배당소득세율이 이원화돼 대주주는 상대적으로 많이, 소액주주는 더 적게 세금을 내게 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7일 “기업 사내유보금이 보다 원활하게 가계로 흘러갈 수 있도록 배당소득세 체계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며 “배당소득은 무조건 분리과세하되 세율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하는 ‘배당소득증대세제’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세제 혜택의 파격성을 고려해 3~5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내년도 세제 개편을 앞두고 구상하는 배당세제 개편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 대주주 또는 자산가들의 배당소득에 대해 원칙적으로 분리과세하되 원천징수율은 현행 14%보다 높은 수준에서 정한다는 것이다. 최종 세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대부분의 상장사 대주주는 배당소득에 최고 38%의 세율을 적용하는 종합소득세를 내고 있다. 배당세액공제를 받더라도 부담하는 세율이 25%를 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대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세율을 현행 원천세율(14%)보다 소폭 높이더라도 종합소득세를 내는 것보다는 세금 부담이 크게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다만 주식 소유 분산이 잘 돼 있지 않은 비상장사나 배당률이 일정 수준 이하인 기업의 대주주 등은 지금과 같이 배당소득에 대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배당 원천세율 주주별로 차등화…소액주주는 5~10%로 인하

배당소득 '금융종합과세'서 제외
또 다른 개편 방향은 현재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져있는 소액주주들의 배당소득 원천징수율을 대폭 낮추는 것이다. 현행 14%의 세율을 5~10% 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세금 경감분만큼 소액주주들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 소비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다만 이 같은 세제개편의 취지가 내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대주주 또는 자산가가 받는 혜택이 소액주주 또는 중산층·서민보다 더 커지지 않도록 전체 세율체계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증시 활성화 효과도

정부가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화, 소액주주와 대주주의 원천세율 차등화와 같은 파격적인 배당세 혜택 카드를 꺼내 들 경우 증시 활성화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배당세 원천세율을 낮추면 소액주주는 배당투자 수익률 기대효과가 높아져 증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기업들이 실제로 주주배당률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정부는 당초 소액주주들에 대한 배당세 원천세율 혜택만 검토했으나 소액주주에게만 혜택을 주면 기업들이 배당을 늘릴 유인이 적다고 보고 대주주에게도 혜택을 주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내 증시의 낮은 배당수익률은 한국 증시의 실적 대비 상대적 저평가를 뜻하는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05~2011년 합계액을 기준으로 주요국 배당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한국은 1.6%에 불과해 글로벌 증시 전체 평균인 2.7%에 크게 못 미쳤다. 각각 2.8%, 2.7%인 독일과 영국은 물론이고 1.9%인 미국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내유보금 세율 10~15%

정부는 또 지난 24일 일부 내용을 공개한 ‘기업소득환류세제’에 10~15%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최근 잠정 결정했다. 이 세제는 한 해 동안 발생하는 이익의 일정 수준을 임금·투자·배당으로 쓰도록 유도하는 세제로 이번 세법개정안에 신설된다. 일정 수준 이하로 쓸 경우 남는 이익금에 세율을 곱한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기재부는 현재 ‘일정수준’을 60~70%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70%에 세율 15%가 적용되면 1000억원의 이익을 내고 600억원을 임금·투자·배당으로 사용한 기업은 남는 100억원의 15%(15억원)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배당소득 '금융종합과세'서 제외
한국경제신문이 증권정보 전문기업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557개사의 지난해 별도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흑자기업 405개사 중 198개사(48.8%)가 배당금과 투자금, 임금 증가분의 합계가 순이익의 70%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 미활용액은 14조1203억원으로 세율을 15% 적용하면 총 2조1180억원을 환류세로 토해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 세부담 2000억원

기업별로 삼성전자 현대차 네이버 현대모비스 현대하이스코 기아차 롯데쇼핑 웅진홀딩스 현대건설 등의 순으로 환류세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6843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익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을 제외하고 상당수 제조업체는 설비투자 규모가 상당해 환류세 부담을 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투자가 미미한 인터넷·게임업종이나 지주회사 같은 특정 업종은 환류세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다. 네이버는 지난해 투자금이 425억원에 불과해 환류세 부담이 2000억원 수준에 달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이 같은 업종 특성을 감안해 기업이 두 개 이상의 환류세 적용안 중 유리한 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세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전체 기업의 30% 수준만 환류세를 내야 하는 구조로 세제안을 짜고 있다”며 “환류세로 들어온 세금이 배당세와 임금 인센티브 등으로 나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입장에선 ‘세수 제로’인 셈”이라고 말했다.

임원기/조진형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