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금저축 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액과 생계형 저축 비과세 한도를 늘리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단기적으로는 소득을 늘려 내수와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생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급속히 고령화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은퇴 이후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금융상품 세제 개편] 연금저축자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돈 최대 48만원→84만원
○사적연금 활성화로 사회안전망

시장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연금저축 가입자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연금저축에 연간 1000만원을 납입해도 400만원에 대해서만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았다. 400만원에 세액공제율 12%를 적용해 48만원을 돌려받았다. 세액공제가 늘어나면 700만원의 12%인 84만원까지 연말정산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복지공약 이행 등을 위한 재정 마련 차원에서 비과세 혜택을 대폭 줄이고 있는 만큼 이번 세액공제에 큰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성열기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 센터장은 “저금리 기조, 부동산시장 침체, 과세 강화 등으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요즘 상황에선 ‘세테크가 곧 재테크’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고액 자산가나 근로 소득자 관계없이 혜택이 늘어나는 것인 만큼 보험사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연금저축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는 금융회사들이 줄곧 요구해온 사안이다. 업계에서는 세액공제 한도를 800만원으로 높여줄 것을 요구했다. 700만원으로 요구에는 못 미치지만 정부가 연금 활성화에 상당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서 퇴직연금(DC형) 추가 불입액과 연금저축에 대해 별도의 공제한도를 적용해 달라는 업계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생계형저축 비과세 확대는 논란

이 같은 세제혜택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데도 국민들의 노후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정부의 판단이 작용한 조치로 풀이된다. 평균 은퇴연령이 53세여서 국민연금 수령 시기인 만 65세까지 장기간 소득공백이 생기는 만큼 사적연금시장에서 ‘가교형 연금저축’을 통해 메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세부터 64세 사이의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가 2010년 15.2명에서 2060년 80.6명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생계형 저축에 대한 이자소득세 비과세 한도를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생계형 저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소득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어서다. 자산이 있는 사람이라도 만 60세만 넘기면 이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어서다. 홍범교 조세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은 한 공청회에서 “생계형 저축의 비과세 대상은 ‘생계형’이라는 목적에 맞게 지원이 필요한 계층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니 만큼 당정협의를 통해 정부의 정책기조를 잘 설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연금저축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으로 나뉜다. 이들 상품 모두 5년 이상 납입하고 55세 이후부터 10년 이상에 걸쳐 연금을 받으면 세액공제 혜택이 있다.

■ 세액공제

소득에 손을 대지 않고 직접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이다. 연금저축에 대한 세액공제는 연금저축 납입자들이 미래에 받을 연금소득에 대해 미리 세액공제를 해주는 개념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