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에어 앰뷸런스, 너무 다른 한국과 미국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에어 앰뷸런스(응급의료 전용기) 비용? 내 돈이라도 내겠다. 이대로 두면 사망한다.” 2011년 초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 구조된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기 위해 오만에 급파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당시 국제 의료지원 기업 인터내셔널SOS사가 운영하는 스위스제 에어 앰뷸런스의 전세비용은 40만달러(약 4억2000만원). 5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끝낸 이 교수는 자기 돈으로라도 전세기를 빌리겠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이에 집권당과 청와대, 외교부, 국정원이 입체 작전을 펼쳤고 불과 반나절 만에 항공이송을 성사시켰다. ‘아덴만의 기적’은 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에어 앰뷸런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그해 9월 인천과 목포에 응급의료용 ‘닥터 헬기’를 도입했다. 그나마 의료 장비를 갖추고 의사가 탑승하는 응급구호의 첫 장을 연 셈이다.

미국에서는 40여년 전부터 응급의료헬기가 날아다녔다. 지금은 1000대 이상의 의료헬기가 연간 30만명이 넘는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땅이 넓은데도 환자의 82%가 1시간 안에 외상센터에 도착해 수술을 받는다. 그래서 예방가능한 외상환자의 사망률이 15% 이하다. 항공이송 체계가 미흡한 우리나라 사망률은 35%에 이른다.

어제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국 환자 한 명을 또 에어 앰뷸런스로 송환했다. 일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0대 의사를 송환한 지 사흘 만에 60대 여선교사까지 데려온 것이다. “낯선 공포가 미국의 연대감을 이길 수 없다”며 국민을 안심시키는 모습도 감동적이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동승해 기내 감염방지시설에서 격리 치료하는 등 완벽한 시스템을 갖췄기에 가능한 일이다. 생명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미국 정신의 승리다.

우리에게는 에어 앰뷸런스가 없다. 엄청난 비용을 주고 빌리려 해도 쉽지 않다. 일반 여객기로 환자를 이송하려면 격리시설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다. 그러니 정부가 긴급회의 끝에 내놓은 대책이 “증상 있는 국민의 입국 연기”다.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만큼 국제수준의 감염병 관리시스템이 시급한데도 이게 우리 현실이다.

미국은 두 환자에게 에볼라 실험용 치료제까지 써가며 생명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명은 혼자 샤워할 정도로 호전됐다고 한다. 이래저래 위대한 미국이다. 그 앞에서 자꾸만 초라해진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