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80 부진…중형기 승리로 가나
‘슈퍼 점보 시대에서 스마트 미들 시대로.’

글로벌 여객기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며 한 번에 400~500명의 승객을 실어나르는 초대형 여객기 대신 운항 노선과 스케줄을 보다 쉽게 조정할 수 있고 연료도 절감할 수 있는 100~300석 규모의 중형 여객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슈퍼 점보기의 하락세는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초대형기 A380에 대한 주문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에어버스가 만드는 초대형기 A380의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한 모습이다.

일본 최대 저비용 항공사(LCC)인 스카이마크항공은 지난달 말 6대의 A380 주문을 취소했다. 일본 국내선만 운항하는 스카이마크항공은 2010년 11월 에어버스와 A380 구매 계약을 맺고 국제선 진출을 선언했지만, 결국 계획을 접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스카이마크의 주문 취소는 판매가 부진한 A380의 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LCC에까지 손을 벌린 것은 에어버스가 그만큼 초조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또 “A380이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연간 수주가 30대는 돼야 하는데 2011년부터 매년 25~26대 수준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A380 부진…중형기 승리로 가나
한 대 가격이 약 4억달러(약 4124억원)에 달하는 A380을 사들일 만한 대형 항공사를 찾는 것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오일머니가 풍부한 중동 항공사와 항공 여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아시아권 일부 항공사만 구매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A380을 운영 중인 항공사는 세계적으로 11개뿐이다.

국내에선 모두 12대의 A380이 운영 중이다. 대한항공이 2011년 6월 처음 도입했고, 지난달 29일 마지막 열 번째 A380을 들여와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6대의 A380을 주문했다. 이 가운데 2대가 지난 5월과 7월에 각각 들어왔고 오는 20일부터 인천~미국 LA 노선에 투입한다. 나머지 4대는 내년과 2017년에 각각 2대씩 들여올 예정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중형 여객기의 시장 잠식 속도가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일본항공(JAL)과 독일 루프트한자 등 글로벌 대형 항공사들은 연비가 높은 보잉 747 등 구형 점보기 운항을 중단하고 보잉 787이나 에어버스 A350 등 중형기 구매를 늘리고 있다.

보잉은 지난달 영국 판보로 에어쇼에서 공개한 시장조사보고서에서 “향후 20년 뒤면 중형기가 세계 여객기 수요의 약 70%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 확대와 유류비 상승, 허브 공항과 중소형 공항 간의 연계성을 고려하면 중형기 수요 증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버스도 최근 A330네오(neo)와 A350XWB 등 차세대 중형기 생산과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에어버스 관계자는 “중형기인 A330 시리즈와 A350 시리즈는 주문이 밀려서 생산 라인이 매우 바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380 판매가 예상에 못 미친다는 지적에는 “A380 한 대를 제작하는 데 약 1년이 걸리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판매 부진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