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리인하 좌고우면 할 때 아니다
경제정책에는 양면성이 있게 마련이다. 한쪽 측면을 생각하면 다른 측면이 문제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 게 경제정책이다.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은 더욱 그렇다. 금리를 그냥 두면 더블딥으로 추락하고 내리면 가계부채가 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다 보면 갑론을박(甲論乙駁)만 계속되고 아무 결정 없이 세월만 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해 5월 금리인하 후 아무 변동 없이 15개월째를 맞고 있다. 통화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는 데는 시차가 있으므로 선제적으로 금리를 결정해야 하는데 때를 놓치고 뒷북을 치면서, 경기진폭을 줄여야 하는 통화정책이 오히려 진폭을 크게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처럼 양면성이 있는 금리정책에서 양쪽 모두를 걱정하다 더 이상 때를 놓치면 안 된다. 경기추락 방지와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지, 그 유효성까지 고려해서 적기에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측면은 다른 정책수단을 동원하면 된다. 하나의 정책으로 둘 이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틴버겐의 법칙’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경기추락 방지가 더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으로 생각된다. 금리결정에 중요한 변수인 GDP(국내총생산)갭률(잠재GDP에 대한 실제GDP 차이 비율)은 2012년 중반 이후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는 마이너스 상태가 이어지고 내년 들어 플러스로 돌아서지만 내년 중반에 가서야 0.5%선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물가안정을 유지하면서 고용을 극대화하려면 이 비율이 1%에 도달하기 약 6개월 전에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최선이다.

경기는 2012년 10월을 저점으로 상승하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올해 3월을 정점으로 18개월 만에 하강하고 있다. 한국 평균 경기확장기간이 31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조기에 하강하는 더블딥 조짐이 역력하다. 더욱이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올해 1월을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고, 세월호 여파가 있기 전인 올 초에 이미 경기하강을 예고했다. 이대로 두면 더블딥으로 간다는 얘기다.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도 더블딥이 되면 장기저성장을 피할 수 없다. 성장률이 2012년 2.3%, 2013년 3%, 올해 정부가 전망한 대로 3.7%가 돼도 3년 평균 3%다.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대였던 1987~1991년 연평균 성장률이 5.1%였다. 그래도 일본은 1992~2011년 20년간 연평균 0.8%의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한국의 3% 성장은 과거 같은 소득수준의 일본과 비교할 때 벌써 저성장기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무엇보다 3% 성장으로는 20만명의 일자리밖에 만들지 못하므로 연간 대졸자만 50만명인 고용사정을 개선할 수 없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2년 6월 이후 24개월째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 하한선을 크게 밑돌고 원화도 계속 고평가돼 2002~2011년 연평균 14.6% 증가하던 수출증가율은 2%대로 급락하고 있다. 투자, 소비 부진은 수입감소로 이어져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를 초래해 설상가상 원고(高)를 부채질하고 있다. 금리인하는 원고 방지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미국 금리인상은 내년 초중반에 가야 이뤄질 것이다. 그 때를 고려해 지금부터 금리를 묶어둔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미국 금리인상 때 자본유출 방지를 위한 금리인상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도 지금 금리를 인하해 둬야 한다. 너무 좌고우면(左顧右眄)하다 이미 실기한 금리인하의 때를 또 놓치면 1997년, 2008년 위기 이전의 고금리 저환율의 정책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오정근 < 한경硏 초빙연구위원, 아시아금융학회장 joh@k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