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희 서울대병원장(왼쪽)이 13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알 자비 대통령실 차관과 왕립 셰이크 칼리파병원의 위탁운영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왼쪽)이 13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알 자비 대통령실 차관과 왕립 셰이크 칼리파병원의 위탁운영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서울대병원이 해외 종합병원을 통째로 맡아 운영하는 ‘위탁운영권’을 국내 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따냈다.

▶본지 7월11일자 A1면 참조

보건복지부와 서울대병원은 13일 오병희 서울대병원장과 알 자비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실 차관이 아부다비 현지에서 왕립 셰이크 칼리파병원의 위탁운영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서울대병원은 내년 4월 문을 여는 칼리파병원을 맡아 환자 진료, 병원정보시스템 구축, 현지 의료진 교육 등을 책임진다. 예산은 UAE 대통령실로부터 5년에 걸쳐 1조원을 지원받는다. 요양전문병원인 보바스기념병원이 2012년부터 두바이재활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지만, 해외 종합병원 운영을 국내 병원이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AE 대통령실에서 직접 건립하는 칼리파병원은 두바이에서 북동쪽으로 약 30㎞ 떨어진 라스알카이마에 있다. 지상 5층~지하 1층 248병상(전부 1인실) 규모다.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라 세워지는 왕립병원이다. UAE 정부는 이 병원을 암·심장질환 등 중증질환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전문병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 병원에는 의료진을 포함해 총 1420여명의 직원이 상주하게 된다. 서울대병원은 셰이크 칼리파병원 위탁운영자를 통해 앞으로 5년간 위탁운영수입 1조원과 수수료(로열티) 400억원, 의료진 교육과 기술 전수에 따른 추가 수익 등을 거두게 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파견하는 의료진(의사·간호사·사무직 포함해 230여명 규모) 인건비로만 5년 동안 최소 1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호원 복지부 해외의료진출지원과장은 “2011년부터 UAE 환자를 국내로 이송해 치료하면서 꾸준히 신뢰를 쌓아온 결과”라며 “이번 계약은 한국 의료가 본격적으로 현지에 진출하는 단계로 올라섰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은 입찰을 통해 운영권을 따냈다.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입찰의 경쟁 상대는 미국 존스홉킨스, 스탠퍼드, 조지워싱턴 대학병원과 영국 킹스칼리지병원, 독일 훔볼트대 샤리테병원 등이었다. 이들 병원은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수십명씩 배출했다.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스탠퍼드대병원은 라스알카이마(UAE 부족 중 하나)의 통치자 딸이 스탠퍼드대에 다닌다는 인연까지 이용해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월과 6월 UAE 측 실사단 등이 서울대병원을 직접 둘러본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임종필 서울대병원 홍보팀장은 “한국 병원은 불필요하게 환자를 오래 붙잡지 않아 과잉 진료가 없고 의료진의 질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현재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분당서울대병원 등을 돌며 설명회를 열고 파견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오는 9월 말 1차 선발대(30여명)가 출국하는 데 이어 11월까지 230여명 정도가 2년간 순환근무 방식으로 현지에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