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활용해 17조 R&D예산 낭비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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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聯 창조경제위원장 유태경 루멘스 회장
사업화 경험 많은 중견기업, 국가 연구기관과 협업 필요
기업끼리 자발적 협력은 한계…경제단체가 기술협력 나서야
사업화 경험 많은 중견기업, 국가 연구기관과 협업 필요
기업끼리 자발적 협력은 한계…경제단체가 기술협력 나서야
발광다이오드(LED) 전문기업 루멘스의 경기 용인 본사 건물에는 각층을 오르내리는 계단의 세로 부분에 ‘혁신 기술 창조’란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다. 유태경 루멘스 회장(54·사진)이 5년 전 지시해 붙여 놓은 것이다. 기술 발전이 빠른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창조’하지 못하면 중국을 비롯한 후발 주자에 잡아먹힐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이런 문구를 붙였다고 한다.
그런 유 회장이 지난달 중견기업연합회가 구성한 창조경제위원회의 첫 위원장이 됐다. 그는 LG종합기술원에서 레이저 다이오드(CD롬드라이브 들어가는 부품)를 국산화하는 일(개발실장)을 하다가 1997년 LED칩을 만드는 에피밸리를 창업했고, 2007년에는 루멘스 창업주 이경재 사장과 손잡고 루멘스 대표이사로 합류했다. 유 회장은 2007년 593억원이던 루멘스 매출을 지난해 6141억원으로 늘렸다. 유 회장은 이 사장으로부터 지분 매입, 유상증자 참여, 스톡옵션 행사 등을 통해 루멘스 최대 주주가 됐다.
유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만 17조원 넘는 돈이 투입되는 등 매년 연구개발(R&D)에 엄청난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데 사업화에 성공한 게 그동안 몇 건이나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R&D 예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로 ‘칸막이’를 꼽았다. 기업과 연구소, 기업과 기업이 서로 칸막이를 쳐놓고 눈앞의 과제나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컨대 연구기관들은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다 보니 사업화로 연결되는 실용적인 R&D를 하기보다는 예산을 따내기 위해 R&D를 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 회장은 “미국에서는 국방과학 기술이 민간으로 흘러들어 이게 엄청난 산업을 일으키는 일이 많다”며 “군사용으로 개발된 위성항법장치(GPS)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독일 일본 등 기술 선진국들은 모두 수백년 동안 축적된 기초과학이나 산업화 경험이 있고 큰 규모의 내수 시장도 갖추고 있다”며 “우리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없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R&D 예산을 집중시키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려는 기업에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또 “지금 널려 있는 기술만 잘 모아 활용해도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출연 연구소나 국책과제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이 개발했지만 사장된 기술을 적극 발굴해 사업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모가 작거나 사업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기업보다는 중견기업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제단체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자발적으로 교류하고 단체를 구성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걸 더 확대시켜 기술교류까지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런 네트워크는 기업끼리 해서는 힘들고 중견련 같은 단체들이 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견련 산하기구로 구성한 미래창조위원회가 이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연구기관과 중견기업 간 다리를 연결하고 기술과 인력이 서로 왕래할 수 있게 하겠다”며 “국가연구소의 기술개발 초기부터 기업 이관을 염두에 두고 기업들이 여기에 참여하면 (기술이 사업화하는)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그런 유 회장이 지난달 중견기업연합회가 구성한 창조경제위원회의 첫 위원장이 됐다. 그는 LG종합기술원에서 레이저 다이오드(CD롬드라이브 들어가는 부품)를 국산화하는 일(개발실장)을 하다가 1997년 LED칩을 만드는 에피밸리를 창업했고, 2007년에는 루멘스 창업주 이경재 사장과 손잡고 루멘스 대표이사로 합류했다. 유 회장은 2007년 593억원이던 루멘스 매출을 지난해 6141억원으로 늘렸다. 유 회장은 이 사장으로부터 지분 매입, 유상증자 참여, 스톡옵션 행사 등을 통해 루멘스 최대 주주가 됐다.
유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만 17조원 넘는 돈이 투입되는 등 매년 연구개발(R&D)에 엄청난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데 사업화에 성공한 게 그동안 몇 건이나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R&D 예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로 ‘칸막이’를 꼽았다. 기업과 연구소, 기업과 기업이 서로 칸막이를 쳐놓고 눈앞의 과제나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컨대 연구기관들은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다 보니 사업화로 연결되는 실용적인 R&D를 하기보다는 예산을 따내기 위해 R&D를 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 회장은 “미국에서는 국방과학 기술이 민간으로 흘러들어 이게 엄청난 산업을 일으키는 일이 많다”며 “군사용으로 개발된 위성항법장치(GPS)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독일 일본 등 기술 선진국들은 모두 수백년 동안 축적된 기초과학이나 산업화 경험이 있고 큰 규모의 내수 시장도 갖추고 있다”며 “우리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없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R&D 예산을 집중시키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려는 기업에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또 “지금 널려 있는 기술만 잘 모아 활용해도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출연 연구소나 국책과제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이 개발했지만 사장된 기술을 적극 발굴해 사업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모가 작거나 사업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기업보다는 중견기업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제단체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자발적으로 교류하고 단체를 구성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걸 더 확대시켜 기술교류까지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런 네트워크는 기업끼리 해서는 힘들고 중견련 같은 단체들이 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견련 산하기구로 구성한 미래창조위원회가 이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연구기관과 중견기업 간 다리를 연결하고 기술과 인력이 서로 왕래할 수 있게 하겠다”며 “국가연구소의 기술개발 초기부터 기업 이관을 염두에 두고 기업들이 여기에 참여하면 (기술이 사업화하는)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