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반신’에서 샴쌍둥이 역을 맡은 배우 전성민(왼쪽)과 주인영. 사진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여섯 시간 동안 실제로 배우의 ‘반신’에 꽃무늬 분장을 해서 찍었다.
연극 ‘반신’에서 샴쌍둥이 역을 맡은 배우 전성민(왼쪽)과 주인영. 사진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여섯 시간 동안 실제로 배우의 ‘반신’에 꽃무늬 분장을 해서 찍었다.
노다 히데키 도쿄예술극장 예술감독(59·사진)은 일본에서 가장 혁신적인 예술가로 꼽힌다. 지난 3월 LG아트센터에서 연극 ‘무사시’를 공연한 니나가와 유키오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연출가로, 극작가와 배우로도 명성이 높다.

"혼자 되고 싶은 샴쌍둥이…역설적인 욕망 다뤘어요"
일본의 주요 연극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고, 영국에서 ‘더 비’ ‘더 다이버’ 등 수작을 선보이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대영제국 명예훈장인 OBE를 받기도 했다. 언어적 유희와 철학적 깊이가 녹아든 독창적인 작품들로 세계 연극계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가 한국 배우들과 연극 ‘반신’을 만들어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무대에 올린다. 서울에선 내달 12일부터 10월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도쿄에서는 10월24~31일 도쿄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노다 예술감독을 비롯한 일본 제작진과 주인영 서주희 박윤희 등 한국 배우 12명이 함께하는 협업 무대로 명동예술극장과 도쿄예술극장이 공동 제작한다.

노다 예술감독은 26일 서울 남산창작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신’은 몸이 하나로 붙어 하나의 심장을 공유하는 샴쌍둥이 슈라와 마리아의 얘기”라며 “타인을 갈구하는 일반인과는 달리 항상 혼자되고 싶은 그들의 역설적인 욕망에서 여러 가지가 파생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보편성을 가진 주제로 한국 관객들도 잘 봐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만화가 하기오 모토의 단편 만화가 원작인 ‘반신’은 1986년 초연에서 노다 예술감독 특유의 넘치는 상상력과 연극적 유희가 충만한 무대로 호평받았다. 1990년 영국 에든버러 국제연극제에 출품해 노다 예술감독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다시 무대화되는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것을 신체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라며 “재공연은 신체적 표현 능력이 강한 한국 배우들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몸으로 직접 부닥치고 경험하는 문화적 교류가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킨다”며 “개성이 강한 한국 배우들의 신체적인 움직임을 통해 언어뿐 아니라 작품의 문화적인 색채도 한국적으로 번역돼 보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의 정치적인 경색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양국 합작 연극을 올리는 소감을 묻자 그는 “연극은 정치보다 오래됐고 강하다”며 “연극이 정치와 상관없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더 강해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답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