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생이모작(人生二毛作)
평균수명이 급속히 늘어나는 건 축복인가, 재앙인가. 은퇴시기를 맞은 베이비붐 세대의 기대수명은 90세다. 60세에 퇴직한다면 앞으로 30년이 남아 있는데 실제로는 50대 초반부터 은퇴가 시작되고 있다.

이들 세대는 비교적 건강하며 전문성, 경험이 풍부하고 일하고자 하는 욕구도 강하다. 노후 준비는 거의 돼 있지 않다. 고도 성장기를 겪으면서 임금은 많이 올랐지만 과다한 자녀 교육과 결혼비용으로 정작 자신의 노후자금은 부족하다. 국민연금 등 복지제도도 취약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현업을 떠나 당장 무소득층화된다면 자신은 물론 우리 경제·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이 클 것이다.

정부는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등 일모작 중심으로 고용·복지정책을 수립해왔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이제는 60, 70대까지 경제활동을 하는 인생 이모작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일모작만으로는 당면 과제인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에 진입할 수 없다.

이모작의 활성화는 청년고용을 위축시키지 않는다. 고령층의 직종은 청년층과 겹치지 않으며 오히려 경제를 활성화해 신규 채용을 늘리는 효과가 나타난다. 고임금 정규직의 중장년층 근로자가 이모작으로 전환되면 그만큼 청년고용은 늘어날 것이다. 근로자들도 고임금을 받으면서 짧게 일하기보다는 임금이 낮더라도 오래 근무하기를 원하고 있다.

고령층을 일찍 명예퇴직시키기보다는 그 조직 내에서 최대한 활용했으면 한다. 민간기업도 이모작 운영으로, 예컨대 50대 중반 이후에는 임금을 낮추면서 계약직으로 활용하거나 계열회사, 협력기업으로 전직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애사심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모작 중심의 정년연장은 노조가 있는 대기업과 정년이 보장된 공공기관만 수혜를 볼 뿐이다. 그 부작용으로 높은 임금의 반듯한 일자리가 줄어들고 신규 채용이 위축되는 문제점이 생겨나고 있다.

이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경제주체는 인생 이모작을 활성화해야 한다. 고령층에 적합한 직종 개발, 직무 중심의 고용관행 정착,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에 정부의 지원제도도 확충돼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노동시장에는 고령층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많은 중소기업과 농어촌, 음식업종에서는 아직도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서비스 부문에서도 틈새 고용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 국민들이 같은 문제인식을 갖고 실천할 때 고용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정태 < 서울시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 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