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IoT·스마트홈"…글로벌 전자업계 '3차 표준大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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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VHS-베타 비디오, 2차 GSM-CDMA 移通 …
퀄컴 주도 IoT표준 '올조인'에 LG·소니 등 참여
삼성, 인텔과 'OIC' 설립…구글 컨소시엄에도 합류
퀄컴 주도 IoT표준 '올조인'에 LG·소니 등 참여
삼성, 인텔과 'OIC' 설립…구글 컨소시엄에도 합류
모든 가전 및 생활기기를 통신망으로 연결해 제어하는 기술인 스마트홈(smart home)은 지난 5~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 IFA의 핵심 주제였다.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 밀레, 지멘스 등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앞다퉈 스마트폰 등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홈 신제품을 내놨다. 소비자가 일일이 개입하지 않아도 기기끼리 상호 소통하면서 작동하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미래 가정이 더 이상 공상 영화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만큼 한발 앞서나가기 위해서다.
글로벌 가전회사의 경쟁은 사실 전시장보다 물밑에서 더욱 치열하다. 제품과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해 정보를 교환할 것인가에 대한 통신방식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한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IoT시장을 확보하려면 표준부터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말 비디오테이프가 처음 등장했을 때 소니와 JVC 사이에 벌어졌던 ‘베타맥스’와 ‘VHS’ 표준 전쟁이 재연되고 있다.
◆IoT 표준 선점 둘러싼 이합집산
IoT 표준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크게 다섯 개 그룹이다. 선두주자는 퀄컴이 주도하는 ‘올조인’. 스마트폰용 통신칩 세계 1위인 퀄컴은 IoT용 통신기술을 만들기 위한 최적의 기술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조인에 LG전자와 소니, 파나소닉 등 세계 50여개 가전업체들이 가입돼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당초 올조인 가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표준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지난 7월 OIC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미국 인텔과 손잡았다. 인텔은 스마트폰 칩에서 퀄컴에 1위 자리를 내준 아픈 기억이 있지만 IoT시장에선 판세를 다시 뒤집을 계획이다.
유럽 업체들도 자체적인 연합체를 만들었다. 독일 통신사 도이치텔레콤의 주도로 밀레, 필립스 등 30여개 기업이 참여한 키비콘이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구글도 7월 반도체업체 ARM 등과 손잡고 스레드그룹이라는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애플은 다른 업체와의 연계 없이 독자적으로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자체 운영 프로그램을 쓴 것처럼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의미다.
◆네트워크를 선점해야 시장을 잡는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가전 및 IT 기업들이 IoT 표준전쟁에 일찌감치 뛰어든 건 ‘멧커프의 법칙’ 때문이다. 이 법칙은 네트워크의 가치가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삼성-인텔의 OIC가 개발한 표준을 적용한 가전제품 수가 LG-소니의 올조인 표준을 채용한 제품 수의 2배라면, OIC 표준의 가치는 올조인의 4배가 된다.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대세’가 된 표준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표준을 선점하는 쪽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또 ‘대세 표준’을 확보하면 가전제품에서 수집하는 빅데이터도 더 많이 모을 수 있다. 빅데이터 양이 많으면 마케팅과 신기술 개발에도 훨씬 유리해진다.
과거에도 신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치열한 표준전쟁이 있었다. 또 표준전쟁의 결과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도 갈렸다. 1970년대 말 비디오 테이프의 ‘베타’ 방식을 고집했던 소니가 당시 신생 업체였던 JVC가 내세운 VHS에 밀리면서 시장을 뺏겼던 것도 비슷한 상황이다.
자칫 IoT 표준전쟁에서 패배했다간 지금 잘나가는 기업도 쇠퇴할 수 있다. 때문에 업체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삼성전자가 OIC 설립을 주도했으면서 다른 컨소시엄인 키비콘과 스레드그룹에도 발을 담그고 있는 이유다.
전자업체의 고위 인사는 “글로벌 기업들은 과거 표준전쟁의 승패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다”며 “앞으로 수년간 대세 표준에 합류하기 위한 업체 간 합종연횡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멧커프(Metcalfe)의 법칙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이론으로, 미국 네트워크장비업체 3COM의 설립자 밥 멧커프가 주창했다. 네트워크는 일정 수 이상의 사용자가 모이면서부터 그 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 밀레, 지멘스 등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앞다퉈 스마트폰 등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홈 신제품을 내놨다. 소비자가 일일이 개입하지 않아도 기기끼리 상호 소통하면서 작동하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미래 가정이 더 이상 공상 영화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만큼 한발 앞서나가기 위해서다.
글로벌 가전회사의 경쟁은 사실 전시장보다 물밑에서 더욱 치열하다. 제품과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해 정보를 교환할 것인가에 대한 통신방식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한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IoT시장을 확보하려면 표준부터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말 비디오테이프가 처음 등장했을 때 소니와 JVC 사이에 벌어졌던 ‘베타맥스’와 ‘VHS’ 표준 전쟁이 재연되고 있다.
◆IoT 표준 선점 둘러싼 이합집산
IoT 표준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크게 다섯 개 그룹이다. 선두주자는 퀄컴이 주도하는 ‘올조인’. 스마트폰용 통신칩 세계 1위인 퀄컴은 IoT용 통신기술을 만들기 위한 최적의 기술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조인에 LG전자와 소니, 파나소닉 등 세계 50여개 가전업체들이 가입돼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당초 올조인 가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표준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지난 7월 OIC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미국 인텔과 손잡았다. 인텔은 스마트폰 칩에서 퀄컴에 1위 자리를 내준 아픈 기억이 있지만 IoT시장에선 판세를 다시 뒤집을 계획이다.
유럽 업체들도 자체적인 연합체를 만들었다. 독일 통신사 도이치텔레콤의 주도로 밀레, 필립스 등 30여개 기업이 참여한 키비콘이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구글도 7월 반도체업체 ARM 등과 손잡고 스레드그룹이라는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애플은 다른 업체와의 연계 없이 독자적으로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자체 운영 프로그램을 쓴 것처럼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의미다.
◆네트워크를 선점해야 시장을 잡는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가전 및 IT 기업들이 IoT 표준전쟁에 일찌감치 뛰어든 건 ‘멧커프의 법칙’ 때문이다. 이 법칙은 네트워크의 가치가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삼성-인텔의 OIC가 개발한 표준을 적용한 가전제품 수가 LG-소니의 올조인 표준을 채용한 제품 수의 2배라면, OIC 표준의 가치는 올조인의 4배가 된다.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대세’가 된 표준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표준을 선점하는 쪽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또 ‘대세 표준’을 확보하면 가전제품에서 수집하는 빅데이터도 더 많이 모을 수 있다. 빅데이터 양이 많으면 마케팅과 신기술 개발에도 훨씬 유리해진다.
과거에도 신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치열한 표준전쟁이 있었다. 또 표준전쟁의 결과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도 갈렸다. 1970년대 말 비디오 테이프의 ‘베타’ 방식을 고집했던 소니가 당시 신생 업체였던 JVC가 내세운 VHS에 밀리면서 시장을 뺏겼던 것도 비슷한 상황이다.
자칫 IoT 표준전쟁에서 패배했다간 지금 잘나가는 기업도 쇠퇴할 수 있다. 때문에 업체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삼성전자가 OIC 설립을 주도했으면서 다른 컨소시엄인 키비콘과 스레드그룹에도 발을 담그고 있는 이유다.
전자업체의 고위 인사는 “글로벌 기업들은 과거 표준전쟁의 승패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다”며 “앞으로 수년간 대세 표준에 합류하기 위한 업체 간 합종연횡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멧커프(Metcalfe)의 법칙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이론으로, 미국 네트워크장비업체 3COM의 설립자 밥 멧커프가 주창했다. 네트워크는 일정 수 이상의 사용자가 모이면서부터 그 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