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제 연합전선을 구축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겠다는 전략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이해득실을 따지며 우물쭈물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미국에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IS 격퇴를 둘러싸고 또다시 정면 충돌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국제정세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美 'IS격퇴' 전략에 러시아 反旗…'新냉전' 치닫나
○순탄치 않은 국제 연합전선 구축

오바마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
미국의 연합전선 구축은 아랍국가와 유럽, 그리고 비(非)우방국인 중국·이란 등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랍국가 대표들과 만나 협력을 이끌어냈다.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쿠웨이트 레바논 아랍에미리트(UAE) 등 10개국 대표는 자금 및 군수물자 지원, 그리고 IS로 흘러가는 자금줄을 차단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케리 장관이 아랍국가를 가장 먼저 찾은 것은 IS 격퇴가 이슬람과 서방의 대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유럽이다. 독일은 시리아 공습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라크 공습에 참여의사를 밝힌 프랑스도 시리아 작전에는 불참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IS 공습이 자칫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영국은 “시리아 공습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어정쩡한 상태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캐슬린 힉스 부소장은 “미 동맹국 가운데 시리아 공습에 나서겠다는 곳이 없다”며 “IS를 비난하는 수위는 높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S 격퇴 전략을 지지한다고 밝힌 동맹국조차 군사작전에 어느 정도 참여할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
푸틴 대통령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미국의 시리아 공습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 러시아 외무부는 대변인 논평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없이 이뤄지는 미국의 시리아 공습은 도발행위이자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케리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론하며 “(러시아의 반응이) 다소 놀랍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미국은 중국과 이란을 연합전선으로 끌어들이려고 하지만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IS 조직원 최대 3만1500명”

워싱턴DC에서는 시리아에서의 IS 격퇴 전략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공습에만 의존하고 시리아의 온건 반군인 ‘자유시리아군’을 무장·훈련시켜 IS 공격의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반군은 뚜렷한 ‘정치단체’로 결성돼 있지 않은 데다 오합지졸 군대라는 분석이 많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의 애덤 시프 의원은 “온건 반군은 종종 온건하지 않고 전투 수행도 효과적이지 못하다”며 “시리아의 IS 격퇴전략이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IS 조직원이 2만명에서 최대 3만15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전문가들이 추정해온 2만명보다 훨씬 많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IS가 보유한 자금은 20억달러로 추정된다”며 “돈줄을 차단하는 게 공습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WP는 미군 관리의 말을 인용, 오바마 대통령이 IS 지도자 개인들을 타깃으로 공격해 사살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사살작전의 첫 목표물은 IS의 초대 칼리프(최고지도자)로 알려진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3)로 전해졌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