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커피 생두를 볶을 수 있는 스마트 로스팅 기계 ‘에스트리니타’를 개발한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의 우종욱 대표(맨 앞)와 직원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누구나 쉽게 커피 생두를 볶을 수 있는 스마트 로스팅 기계 ‘에스트리니타’를 개발한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의 우종욱 대표(맨 앞)와 직원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했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처음엔 수동 카메라를 따라갈 수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전문가도 초보자도 디지털카메라를 쓰잖아요.”

[Start-Up]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인터넷 연결된 커피 볶는 기계로 비법 공유
지난 5일 서울 고척동의 허름한 공장 한 편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만난 우종욱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대표는 디지털카메라를 예로 들며 “커피 로스팅 기계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생두를 볶아 원두를 만드는 로스팅은 5~10년은 경험을 쌓아야 제대로 맛과 향을 낼 수 있지만 자동화된 로스팅 기계를 쓰면 누구나 쉽게 로스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는 지난해 8월 스마트 로스팅 기계 ‘에스트리니타7’을 공개하고 11월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우 대표가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5월 회사를 세운 지 약 4년 만이다. 900만원대인 수동 로스팅 기계보다 약간 비싼 1020만원이지만 전문가들의 인정을 받으면서 벌써 120여대가 팔렸다. 커피숍 레스토랑 커피애호가 등이 주요 구매자다.

○원가 절감 위해 로스팅 필수

우 대표는 커피 전문가가 아니다. 취업 대신 무조건 창업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눈에 띈 게 커피 로스팅이었다. 커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원가 절감과 차별화가 성공의 관건이란 생각에서다.

그는 “커피를 가루로 내면 20분 만에 향이 날아가고 원두는 2주, 생두는 2년 동안 품질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스팅으로 생두를 원두로 만들 때 값이 3~6배 뛰는 게 문제였다. 그는 “로스팅만 할 줄 알아도 커피숍 입장에서는 원가를 3분의 1에서 6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설계 판금 용접에 이르기까지 커피 로스팅 기계를 만들던 전문가들을 수소문해 끌어모았다. 2010년 8월 첫 모델이 나왔다. 판매용은 아니었다. 가스불로 하는 기존 로스팅 기계와 완전히 다른 전기 로스팅 기계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그는 “열을 균일하게 가할 수 있고 온도를 측정하기도 쉬워 스마트 로스팅 기계를 만들려면 전기가 필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전기 로스팅을 믿지 못했다. 2011년 독일 ‘국제 아이디어·발명 신제품 전시회(iENA)’에서 금상을 받는 등 해외에서 호평받았지만 묵묵히 제품 개발에만 매진했다.

○“로스팅 분야의 테슬라 될 것”

에스트리니타는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처럼 전문가와 초보자가 모두 자기 능력에 맞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초보자는 제품 한쪽에 달린 터치 스크린의 ‘스마트 로스팅’ 버튼만 누르면 된다. 어떤 종류의 원두를 로스팅할 것인지 고르고 라이트부터 이탈리안까지 8단계의 농도를 선택하면 생두를 최적의 상태로 볶아 준다.

전문가는 ‘매뉴얼 로스팅’을 누르면 된다. 예열 온도, 드럼 내부 온도, 할로겐 조절, 댐퍼 조절 등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는 “로스팅은 손맛이 아니냐고들 하는데 전문가도 매번 10시간씩 로스팅기 앞에 앉아 불을 조절해야 하는 건 고역”이라며 “에스트리니타는 전문가들이 보다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열을 조절하면서 어떨 때 가장 좋은 맛이 나는지 시험해 볼 수 있다. 기록이 디지털로 남기 때문에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와이파이로 인터넷에 연결돼 있어 다른 사람과 로스팅 데이터를 공유할 수도 있다.

처음 5명으로 시작했던 회사는 20명 규모로 커졌다. 제품 설계부터 조립, 소프트웨어 개발, 사후 지원까지 고척동의 사무실과 공장에서 다 이뤄진다. 미국 유럽 동남아 아프리카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법인을 세웠다. 1~2년 정도 현지 테스트를 거친 후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예정이다. 우 대표는 “전기자동차 분야의 테슬라처럼 우리는 커피 로스팅 분야에서 세계적인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