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부지 품은 현대車] 현대車, 통합사옥·호텔·컨벤션…한국판 '아우토슈타트'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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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통큰 베팅' 왜
양재동 사옥 한계 봉착
글로벌 5위 위상 걸맞은 新사옥 건설의 '꿈' 이뤄
전시·체험장 갖춘 車테마파크…年 10만명 이상 관광객 유치
"미래가치 등 종합적 결정…결코 과도한 금액 아니다"
양재동 사옥 한계 봉착
글로벌 5위 위상 걸맞은 新사옥 건설의 '꿈' 이뤄
전시·체험장 갖춘 車테마파크…年 10만명 이상 관광객 유치
"미래가치 등 종합적 결정…결코 과도한 금액 아니다"
전 세계 현대차 딜러 5000명가량이 참여하는 ‘현대자동차 세계 딜러 대회’는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혹은 모나코 등 해외 휴양지에서 열린다. 현대차는 본사가 있는 서울에서 이 행사를 개최하고 싶지만 이 정도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과 회의장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아자동차 등 다른 계열사까지 합하면 연간 7만~8만명을 외국으로 초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사는데 10조5500억원을 과감하게 투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에 제대로 된 시설을 확보하면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세계 5위 완성차 업체 위상에 맞는 본사를 건설해야 한다는 정몽구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양재동 본사 수용능력 한계
현대차그룹은 고속으로 성장해왔다. 2000년만 해도 연간 253만대를 생산해 세계 10위권에 그쳤지만 10여년 만에 ‘글로벌 톱5’로 뛰어올랐다. 공장 수도 31개로 늘었고 생산 능력도 800만대로 훌쩍 커졌다.
그러나 컨트롤타워인 서울 양재동 본사는 그대로다. 2000년 11월 농협중앙회 사옥을 사들인 뒤 2006년 규모를 키웠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를 총괄하기에는 수용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30개 업체인데 양재 사옥에 입주한 기업은 현대차와 기아차 등 5개사에 불과하다. 계열사의 서울 근무 인원만 1만8000명이지만 양재 사옥에 근무하는 인원은 5000명 안팎에 불과하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영업본부는 서울 대치동과 압구정동에 나가 있고 현대건설은 서울 계동 사옥을 쓰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도 서울 강남에서 건물을 빌려쓰고 있다.
현대차는 한전 부지에 30개 계열사를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통합사옥을 세우면 이런 비효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재 사옥은 연구개발 단지로 활용해 더 많은 우수 인재를 유치할 수 있게 된다. 업무시설 외에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등도 같이 지을 예정이다. 독일 폭스바겐이 볼프스부르크시에 본사와 박물관, 전시관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아우토슈타트’와 비슷한 글로벌 자동차 복합 문화 공간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10만명 이상을 국내로 초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로 직접 유입될 자금만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100년 뒤를 내다본 결정”
현대차 관계자는 “10조원이란 입찰가는 철저한 사전 검증과 미래가치를 따져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30개 그룹 계열사들이 자기 건물이 없어 매년 임대료로 2500억원 이상을 쓰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강남일대 연평균 지가상승률이 9%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전 부지 역시 그 이상의 지가상승률을 보일 것이란 점 △일본 롯폰기처럼 도심의 ‘알짜 입지 선점 프리미엄’이 크다는 점을 복합적으로 계산했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현대차그룹은 주변의 우려를 극복하고 성공한 경험이 있다. 정 회장이 2000년대 초반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한 때도 안팎에서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뚝심 있게 공장 건설을 추진해 미국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했다.
현대제철이 2006년 일관제철소를 세울 때만 해도 정 회장은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필요한 사업은 어떤 난관을 극복하고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2010년 현대차그룹이 5조원 가까운 돈을 주고 현대건설을 인수할 때도 ‘승자의 저주’를 겪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현대건설의 해외 수주를 늘리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세계적 건설사로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사는데 10조5500억원을 과감하게 투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에 제대로 된 시설을 확보하면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세계 5위 완성차 업체 위상에 맞는 본사를 건설해야 한다는 정몽구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양재동 본사 수용능력 한계
현대차그룹은 고속으로 성장해왔다. 2000년만 해도 연간 253만대를 생산해 세계 10위권에 그쳤지만 10여년 만에 ‘글로벌 톱5’로 뛰어올랐다. 공장 수도 31개로 늘었고 생산 능력도 800만대로 훌쩍 커졌다.
그러나 컨트롤타워인 서울 양재동 본사는 그대로다. 2000년 11월 농협중앙회 사옥을 사들인 뒤 2006년 규모를 키웠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를 총괄하기에는 수용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30개 업체인데 양재 사옥에 입주한 기업은 현대차와 기아차 등 5개사에 불과하다. 계열사의 서울 근무 인원만 1만8000명이지만 양재 사옥에 근무하는 인원은 5000명 안팎에 불과하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영업본부는 서울 대치동과 압구정동에 나가 있고 현대건설은 서울 계동 사옥을 쓰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도 서울 강남에서 건물을 빌려쓰고 있다.
현대차는 한전 부지에 30개 계열사를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통합사옥을 세우면 이런 비효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재 사옥은 연구개발 단지로 활용해 더 많은 우수 인재를 유치할 수 있게 된다. 업무시설 외에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등도 같이 지을 예정이다. 독일 폭스바겐이 볼프스부르크시에 본사와 박물관, 전시관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아우토슈타트’와 비슷한 글로벌 자동차 복합 문화 공간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10만명 이상을 국내로 초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로 직접 유입될 자금만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100년 뒤를 내다본 결정”
현대차 관계자는 “10조원이란 입찰가는 철저한 사전 검증과 미래가치를 따져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30개 그룹 계열사들이 자기 건물이 없어 매년 임대료로 2500억원 이상을 쓰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강남일대 연평균 지가상승률이 9%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전 부지 역시 그 이상의 지가상승률을 보일 것이란 점 △일본 롯폰기처럼 도심의 ‘알짜 입지 선점 프리미엄’이 크다는 점을 복합적으로 계산했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현대차그룹은 주변의 우려를 극복하고 성공한 경험이 있다. 정 회장이 2000년대 초반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한 때도 안팎에서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뚝심 있게 공장 건설을 추진해 미국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했다.
현대제철이 2006년 일관제철소를 세울 때만 해도 정 회장은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필요한 사업은 어떤 난관을 극복하고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2010년 현대차그룹이 5조원 가까운 돈을 주고 현대건설을 인수할 때도 ‘승자의 저주’를 겪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현대건설의 해외 수주를 늘리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세계적 건설사로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