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오른쪽)과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18일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브라보! 리스타트 2기 졸업식’에 참석, 중장년 창업자들의 사업 아이템을 둘러보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오른쪽)과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18일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브라보! 리스타트 2기 졸업식’에 참석, 중장년 창업자들의 사업 아이템을 둘러보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인형 얼굴 부분에 스마트폰을 넣고 우리가 만든 앱을 구동하면 표정이 살아 있는 ‘앱토이’가 돼요.”(이미옥 스토리메이커 대표)

“피 한 방울로 치매를 미리 진단할 수 있는 소형 키트입니다. 진단 결과는 클라우드로 전송되고요.”(황완석 레독스테크 대표)

18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 4층에서 특별한 스타트업 행사가 열렸다. 부스마다 제품과 서비스를 열띤 목소리로 홍보하는 것은 여느 스타트업 행사와 같았다. 눈길을 끈 건 목소리의 주인공들. 모두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한 ‘중장년층’이었다. 이날 행사는 ‘브라보! 리스타트 2기 졸업식’. 50대 중후반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의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늦깎이 창업 꿈 이룬다

SK텔레콤이 지난해 7월 처음 시작한 이 프로그램의 주제는 재도전이다. 회사를 그만둔 뒤 전문성을 살려 자신만의 사업을 하거나, 평소 관심이 깊었지만 여력이 없어 손대지 못했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사무실 지원부터 1 대 1 멘토링, 공동 사업화 등 맞춤형 사업 지원을 해준다. 중장년층이 인생 2막을 설계하는 데 창업을 하나의 선택지로 제시한 것이다. 지금까지 1기 10팀, 2기 13팀 등 23개 팀이 창업의 꿈에 도전했다.

1기는 9개 팀이 사업화에 성공했다. 게임과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발로 조작하는 스마트 운동 기구 ‘스마트짐보드’는 SK텔레콤과 공동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SK텔레콤 T쇼핑에도 입점했다. 멘토링을 통해 개인고객 위주(B2C)에서 기업고객 대상(B2B)으로 사업 구조도 변경했다. ‘레이저 피코 프로젝트’와 ‘무인택배 시스템’ 등도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

2기도 ‘안면인식 보안 시스템’, 전자칠판 ‘빅노트’ 등 다수의 아이템을 사업화했다. 허광 SK텔레콤 매니저는 “SK텔레콤과의 시너지 효과와 시장 인지도 상승 등에 힘입어 내년께 1, 2기 총매출이 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꾸준한 지원 필요

‘브라보! 리스타트’ 프로그램 참여 팀 가운데는 독특한 이력의 창업자가 넘쳐난다. 황완석 대표(48)는 오랫동안 나노 기술과 관련된 사업을 했다. 이전 사업 실패를 계기로 헬스케어 분야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의사 다섯 명과 세 명의 연구자로 팀을 꾸렸다. 황 대표는 “그간 재료공학과 관련된 경험은 풍부하게 쌓았지만 ICT는 아는 것이 없었다”며 “대표적인 통신기업과의 협업으로 클라우드에 진단 결과를 저장하는 등 전체적인 사업의 그림을 그릴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미옥 대표(45)는 이름난 동화작가다. 199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을 시작으로 1999년 창작과비평사가 실시한 좋은어린이책 공모에서 장편동화 ‘가만 있어도 웃는 눈’으로 대상을 받는 등 줄곧 작가의 길을 걸었다. 최근 지능형 로봇 기업 ‘유진로봇’과 함께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쓰는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로 활동 범위를 넓히다가 앱토이 개발 아이디어를 내 1인기업을 창업했다. 지난 6월 설립한 법인에는 다섯 명이 일하고 있다.

1기 때부터 멘토링을 맡아 온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는 “청년 창업자와 달리 기술을 이미 갖고 있거나, 창업 아이템을 오래 고심한 분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며 “창업생태계를 살리는 데 매우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모든 것을 걸고 창업을 시작하기가 두려웠던 이들에게 이 프로그램이 결심의 계기가 되고 있다”며 “한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운영해 정착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