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공급망 관리가 핵심경쟁력이다
2009년부터 이듬해 3월까지 미국에서 도요타 리콜 사태가 있었다. 세계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아온 도요타의 리콜은 생산·전략 분야 연구에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당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지난 10여년간 지속된 도요타의 성장이 복잡성을 증가시켰음을 지적하면서, “도요타 스스로 만든 복잡성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단순하고 효율적인 경영 방식의 대가로 다른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도요타는 어떻게 스스로 만든 복잡성의 덫에 걸리게 됐을까.

도요타는 다양한 고객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제품 수를 늘렸다. 이는 필연적으로 조직과 생산과정이 복잡해지는 결과를 낳아 협력업체를 포함한 전체 공급망의 복잡성이 증가하게 됐다. 이에 따라 수요 파악, 원자재 구매, 재고 관리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 난항을 겪게 됐다. 결국 도요타 리콜 사태의 궁극적인 원인이자, 도요타의 잠재한 가장 큰 문제는 생산 제품의 증가에 따라 복잡해진 공급망관리에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런 복잡성의 덫은 도요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내 직원 1000명 이상인 기업 200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제품 원가의 10~25%가 기업의 복잡성으로 인해 지출되는 비용이라고 한다. 또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한국을 포함한 세계 22개국 최고경영자(CEO) 및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복잡성이 기업 경영에 주는 영향과 원인’을 조사한 결과 70%가 ‘복잡성 증가가 회사가 직면한 큰 과제 중 하나’이고, 94%가 ‘복잡성을 관리하는 것이 회사 성공여부의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 신규 진출 지역 새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취급 제품을 늘리면서 기업 공급망의 복잡성이 기업 혼자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복잡성을 어떻게 감소시킬 것인가. ‘복잡성 원가’를 줄여 해결할 수 있다. 기업환경에서 여러 가지 복잡성이 존재하는데, 이 복잡성을 세 개의 축으로 분리하면 제품, 프로세스, 조직 복잡성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 세 개의 복잡성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복잡성 원가를 결정하게 된다. 이런 복잡성 원가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을 깨는 패러독스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패러독스 복잡성관리는 모두 6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집중적 초토화 전략이다. 초경쟁 사회에서는 모든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누리기 어렵기 때문에 핵심시장의 집중적인 공략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힘에 의해 점차 시장을 넓혀나가야 한다. 둘째, 수요예측보다는 수요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인 수요창출을 통해 생산 일정을 일관성있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오픈이노베이션과 개방형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 연구, 개발, 상업화에 이르는 기술혁신이나 모든 과정에서 대학이나 다른 기업, 연구소 등 외부의 기술이나 지식, 아이디어를 활용함으로써 혁신의 비용은 줄이고 성공 가능성은 높이며 효율성과 부가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넷째, 표준화와 모듈화를 활용해야 한다. 변형이 쉬워 다양한 디자인의 신제품을 낮은 비용으로 빠른 시간 안에 출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기업이 확장하면서 조직 내 이해관계자가 많아지고 모두의 합의를 얻기가 힘들어져 복잡성이 증가하고 속도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되, 최종 프로세스는 꼭 필요한 이해관계자로 제한해야 한다. 여섯째, 현장을 보이게 해야 한다. 시각적으로 제품 생산프로세스나 서비스 과정을 조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비정상적인 실패나 지연에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

김수욱 < 서울대 경영학 교수 kimsoo2@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