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모처럼 달러 강세 국면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르면 내년 초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가 한 달 전보다 3% 이상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도 마찬가지다. 6월 말 달러당 1007원 선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040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이전의 원화 약세 국면과는 주변 환경이 사뭇 달라서다. 과거 달러 강세·원화 약세일 때는 큰 고민 없이 수출주를 사고 내수주를 파는 게 정석으로 통했다. 수출업체들의 실적이 환차익에 힘입어 개선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달러화에 비해서는 원화가 약세지만, 일본 엔화와 비교하면 여전히 강세인 만큼 덮어놓고 수출주를 밀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엔저로 무장한 일본 기업이 가격 인하, 마케팅 강화 등의 방법을 동원해 국내 수출업체들을 압박할 공산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원화 가치 하락에도 현대차 등 자동차주 주가가 오히려 떨어진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내수주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단정짓기도 힘들다. 원자재 가격의 하락세가 가팔라서다. 하반기 들어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은 풍작에 힘입어 20~30%가량 떨어졌다. 유럽과 중국 경기 회복세가 둔화하면서 유가도 내림세다.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 원유는 하반기 들어 10% 이상 하락했다. 그나마 강세를 유지했던 구리 등 비철금속 가격도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다. 원료를 수입, 가공해 내수시장에 파는 업체들이 환 손실을 낮은 원자재 가격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만 믿고 수출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것은 아직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원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라고 보지 말고, 원화가 달러에 버금가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TV 전문가인 김병전 대표는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전자, 조선, 기계 등의 업종은 당분간 주가가 오르기 힘들 것”이라며 “음식료나 금융, 의류, 게임, 철강 업종 등이 오히려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