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자영업, 탈출구를 찾아라] 성공사례 - 편의점 공세 이겨낸 경리단길 '우리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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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도 없는 수입맥주 250종 팔아…전국서 손님 몰려요"
“7년 전쯤 대형마트가 들어서니 손님이 뚝 끊기더군요. 그때부터 수입맥주를 들여다 팔았더니 요즘에는 전국 각지에서 손님이 몰려들어요.”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골목에 자리잡은 우리슈퍼는 맥주 마니아의 ‘순례지’로 통한다. 오래된 간판과 33㎡(10평)에 불과한 매장 규모만 보면 여느 동네 구멍가게와 다름없다. 하지만 가게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희귀한 수입맥주가 잔뜩 쌓여 있다. 대형 냉장고 8개를 가득 채운 수입맥주 종류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이 슈퍼를 운영하는 이종훈 씨(64)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맥주만 대략 250종, 전체 주류는 400여종이 된다”며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어떤 수입 맥줏집보다도 종류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1년 우리슈퍼를 열기 전에 음반 제작자였다. 하지만 2000년 디지털 음원인 MP3가 뜨면서 레코드 판매시장의 존립이 위태로워지자 제작자의 길을 접었다. 슈퍼마켓을 연 것은 순전히 먹고살기 위해서였다. 당시엔 라면 휴지 과자 등만 팔던 구멍가게였다. 희망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 어떡하면 이 골목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경리단길에 모여드는 외국인과 젊은 층이 눈에 들어왔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잦아지자 3년 전부터 종류를 본격적으로 늘려 전 세계 유명 수입맥주를 모두 끌어모았다.
이들 맥주의 하루 판매량은 200~300병. 우리슈퍼 월 매출은 과거 어려웠던 시절보다 많게는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수입맥주 가격은 2000원 수준부터 4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두 달 전부터는 가게 옆 공간에 야외 테이블 10개를 마련해 손님들이 앉아서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은 경리단길을 찾는 사람들의 ‘2차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슈퍼가 자리한 골목에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들어오지 못한다. 경리단길 상권이 뜨면서 임대료가 1~2년 사이 3배 이상 급등하면서 많은 자영업자가 보따리를 싸고 있지만 우리슈퍼는 예외다. 이씨는 “편의점에서 억대 권리금을 줄테니 자리를 달라고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슈퍼는 이씨 부부가 밤낮을 교대로 일하며 20시간 영업체제로 돌아간다. 이씨는 새벽에도 손님을 맞기 위해 매일 밤을 새운다. 아침에 영업이 끝나면 하루도 빠짐없이 주변 골목을 청소한다. 동네 이웃 가게들이 모두 잘 돼야 한다는 마음에서다. 슈퍼마켓을 열고 13년째 계속되는 이씨의 일과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골목에 자리잡은 우리슈퍼는 맥주 마니아의 ‘순례지’로 통한다. 오래된 간판과 33㎡(10평)에 불과한 매장 규모만 보면 여느 동네 구멍가게와 다름없다. 하지만 가게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희귀한 수입맥주가 잔뜩 쌓여 있다. 대형 냉장고 8개를 가득 채운 수입맥주 종류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이 슈퍼를 운영하는 이종훈 씨(64)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맥주만 대략 250종, 전체 주류는 400여종이 된다”며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어떤 수입 맥줏집보다도 종류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1년 우리슈퍼를 열기 전에 음반 제작자였다. 하지만 2000년 디지털 음원인 MP3가 뜨면서 레코드 판매시장의 존립이 위태로워지자 제작자의 길을 접었다. 슈퍼마켓을 연 것은 순전히 먹고살기 위해서였다. 당시엔 라면 휴지 과자 등만 팔던 구멍가게였다. 희망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 어떡하면 이 골목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경리단길에 모여드는 외국인과 젊은 층이 눈에 들어왔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잦아지자 3년 전부터 종류를 본격적으로 늘려 전 세계 유명 수입맥주를 모두 끌어모았다.
이들 맥주의 하루 판매량은 200~300병. 우리슈퍼 월 매출은 과거 어려웠던 시절보다 많게는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수입맥주 가격은 2000원 수준부터 4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두 달 전부터는 가게 옆 공간에 야외 테이블 10개를 마련해 손님들이 앉아서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은 경리단길을 찾는 사람들의 ‘2차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슈퍼가 자리한 골목에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들어오지 못한다. 경리단길 상권이 뜨면서 임대료가 1~2년 사이 3배 이상 급등하면서 많은 자영업자가 보따리를 싸고 있지만 우리슈퍼는 예외다. 이씨는 “편의점에서 억대 권리금을 줄테니 자리를 달라고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슈퍼는 이씨 부부가 밤낮을 교대로 일하며 20시간 영업체제로 돌아간다. 이씨는 새벽에도 손님을 맞기 위해 매일 밤을 새운다. 아침에 영업이 끝나면 하루도 빠짐없이 주변 골목을 청소한다. 동네 이웃 가게들이 모두 잘 돼야 한다는 마음에서다. 슈퍼마켓을 열고 13년째 계속되는 이씨의 일과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