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자영업 탈출구를 찾아라] 반경 200m내 편의점 6곳 … 1곳 문열때마다 매출 n분의 1씩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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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프랜차이즈의 눈물
"기술도 없고 만만하니…" 편의점 4년 만에 56% 폭증
창업 초보들 쏠림현상 극심…프랜차이즈 커피점도 포화
"기술도 없고 만만하니…" 편의점 4년 만에 56% 폭증
창업 초보들 쏠림현상 극심…프랜차이즈 커피점도 포화
2011년부터 인천에서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씨(40·여)는 매월 줄어드는 통장 잔액을 쳐다보며 가슴을 친다. 남편과 함께 하루 24시간 일하지만 벌이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창업을 위해 다니던 회사를 나란히 퇴사한 정씨 부부는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증이 없어도 운영할 수 있다’는 이유로 편의점을 선택했다.
“아들 학원비도 마련 못할 정도”
개점 때만 해도 반경 100m 이내에 다른 편의점은 없었다. 번화가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유동인구가 있는 주택가였던 덕분에 하루 평균 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위기는 2년 전에 찾아왔다. 정씨 점포 중심으로 도보 5분거리에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두 곳이나 생겼다. 매출은 급속도로 떨어졌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계약기간 5년을 모두 채우지 않았기 때문에 1000만원이 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마이너스 통장의 빚이 계속 늘어나면서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들 학원비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때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과 같은 프랜차이즈 점포 창업은 초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는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았다. 본사가 초기 창업 과정을 도와주는 데다 유명 프랜차이즈 간판을 달고 소비자 신뢰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손쉬운 창업’에 대한 갈망이 도미노처럼 번져가고 가맹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시작됐다. 손쉬운 창업에 가맹점 폭증
대표적인 것이 편의점이다. 이달 기준으로 국내 3대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점포 수는 씨유(CU) 8206개, GS25 8124개, 세븐일레븐 7216개에 이른다. 세 브랜드의 현재 점포 수(2만3546개)는 2010년 말(1만5076)과 비교해 56.2% 폭증했다.
비슷한 양상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도 벌어지고 있다. 이디야,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등 주요 10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가맹점 수는 2011년 3077개에서 지난해 4267개로 38.7% 급증했다.
“죽어도 프랜차이즈는 안 할 것”
학원 운영을 그만둔 뒤 2007년부터 서울 문정동에서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54)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한숨부터 쉬었다. 최근 3~4년간 인근에 각종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수익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아직 초기 투자금액 5억원을 회수하지 못해 쉽게 발을 떼지 못한다는 것.
창업 초기만 해도 지금 같은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커피전문점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봤지만 이 정도로 폭증할 줄은 몰랐다는 것.
그는 “가맹본부가 재료 공급과 인테리어 등을 주관하면서 초기 과정이 수월해 ‘창업 초보’들의 쏠림이 심했던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한정된 유동인구를 놓고 ‘출혈경쟁’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초기에는 고려하지 못했던 본사의 과도한 물품대금 부과와 인테리어 유지비용 등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반포동에서 5년간 운영하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닫기로 결정한 조모씨(50)도 인근지역 내 과다출점을 폐점 이유로 꼽았다. 조씨는 “현재 다른 창업을 모색하고 있지만 죽어도 프랜차이즈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넌덜머리를 쳤다.
프랜차이즈의 ‘몸집 부풀리기’는 같은 업종의 비(非) 프랜차이즈 점포 확장까지 불러일으키면서 업종 전체를 포화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2010년 8038개였던 국내 커피전문점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증가에 따라 지난해 1만8000개로 늘어났다.
윤희은/강진규 기자 soul@hankyung.com
“아들 학원비도 마련 못할 정도”
개점 때만 해도 반경 100m 이내에 다른 편의점은 없었다. 번화가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유동인구가 있는 주택가였던 덕분에 하루 평균 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위기는 2년 전에 찾아왔다. 정씨 점포 중심으로 도보 5분거리에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두 곳이나 생겼다. 매출은 급속도로 떨어졌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계약기간 5년을 모두 채우지 않았기 때문에 1000만원이 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마이너스 통장의 빚이 계속 늘어나면서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들 학원비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때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과 같은 프랜차이즈 점포 창업은 초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는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았다. 본사가 초기 창업 과정을 도와주는 데다 유명 프랜차이즈 간판을 달고 소비자 신뢰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손쉬운 창업’에 대한 갈망이 도미노처럼 번져가고 가맹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시작됐다. 손쉬운 창업에 가맹점 폭증
대표적인 것이 편의점이다. 이달 기준으로 국내 3대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점포 수는 씨유(CU) 8206개, GS25 8124개, 세븐일레븐 7216개에 이른다. 세 브랜드의 현재 점포 수(2만3546개)는 2010년 말(1만5076)과 비교해 56.2% 폭증했다.
비슷한 양상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도 벌어지고 있다. 이디야,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등 주요 10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가맹점 수는 2011년 3077개에서 지난해 4267개로 38.7% 급증했다.
“죽어도 프랜차이즈는 안 할 것”
학원 운영을 그만둔 뒤 2007년부터 서울 문정동에서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54)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한숨부터 쉬었다. 최근 3~4년간 인근에 각종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수익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아직 초기 투자금액 5억원을 회수하지 못해 쉽게 발을 떼지 못한다는 것.
창업 초기만 해도 지금 같은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커피전문점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봤지만 이 정도로 폭증할 줄은 몰랐다는 것.
그는 “가맹본부가 재료 공급과 인테리어 등을 주관하면서 초기 과정이 수월해 ‘창업 초보’들의 쏠림이 심했던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한정된 유동인구를 놓고 ‘출혈경쟁’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초기에는 고려하지 못했던 본사의 과도한 물품대금 부과와 인테리어 유지비용 등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반포동에서 5년간 운영하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닫기로 결정한 조모씨(50)도 인근지역 내 과다출점을 폐점 이유로 꼽았다. 조씨는 “현재 다른 창업을 모색하고 있지만 죽어도 프랜차이즈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넌덜머리를 쳤다.
프랜차이즈의 ‘몸집 부풀리기’는 같은 업종의 비(非) 프랜차이즈 점포 확장까지 불러일으키면서 업종 전체를 포화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2010년 8038개였던 국내 커피전문점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증가에 따라 지난해 1만8000개로 늘어났다.
윤희은/강진규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