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투자전문 매체인 마켓워치는 현재 배럴당 93달러로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머지않아 절반인 40~6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어제 전망했다. 최근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 추세의 결과라는 것이다. 미국은 2007년 이후 원유 소비가 11% 감소했고, 유럽도 지난 5년간 소비 위축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미국의 석유(셰일가스 포함) 생산량이 계속 증가해 8월에는 하루 평균 1150만배럴에 달했다. 10월엔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 미국이 최대 산유국이 된다.

유가가 반토막 난다는 이 믿기지 않는 예측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이런 가격구조가 현실화될 경우 세계 경제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안정, 생활수준의 향상은 제1파가 될 것이다. 신사업도 등장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석유를 연료로 하는 산업은 원가와 가격구조 자체가 바뀌고 새로운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정치적 변화도 클 것이다. 에너지 패권을 앞세웠던 중동이나 러시아 등의 영향력은 약화되고, 미국 주도, 태평양 중심의 역학구도로 재편될 것이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빛을 잃을 수도 있다. 특히 석유와 가스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과 후방산업에는 충격파가 예상된다. 미국과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화학산업 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피나는 가격경쟁이 불가피하다.

오일쇼크를 경험했던 기억은 유가 40달러설을 못 믿게 한다. 하기야 140달러를 찍은 게 불과 5년 전이다. 그러나 그런 조짐이 이미 많다. 최근 2년간 시리아, 이라크 사태, 리비아 내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 등의 악재에도 유가는 계속 하락세였다. 미국 셰일가스 생산량은 지난해 10조3710억 입방피트로 5년 전보다 8배나 늘었다.

저유가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로서는 혜택보다 부담이 클 수도 있다. 면밀한 시나리오 경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