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모임이 재학생 멘토로…'취업 사다리'된 대학 동아리
한국투자증권 해외투자영업부에서 일하는 조범근 씨(28)는 최근 모교인 경희대에서 취업 정보와 업계 현안을 강의했다. 강의 대상은 조씨가 주도해 만든 역량 개발 동아리 ‘J-MIV’(사진) 후배들이었다. J-MIV엔 주로 외국계 컨설팅회사나 투자은행(IB) 분야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소속돼 있다.

이 동아리는 조씨 등 경희대 졸업생 10여명의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시작됐다. 그러다 자신들의 경험을 재학생과 공유하자는 취지로 후배들을 회원으로 받으면서 2012년 ‘J-MIV’란 대학 내 동아리로 발전했다. 외국계 증권사와 기업 재무팀, 사모펀드(PEF) 등에서 일하는 선배들이 차례로 한 달에 한 번 모교를 찾아 후배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대학 동아리 후배들의 ‘후견인’ 역할을 톡톡히 하며 취업에까지 도움을 주는 졸업생 네트워크가 대학가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현업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IB 및 컨설팅 분야에서 이런 사례가 두드러진다. 졸업생들은 모교 출신 네트워크를 통해 업무적으로 협력하기도 하고, 재학생들은 선배의 경험을 공유해 취업 등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는다.

천원창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28)도 취업 과정에서 대학 시절 동아리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케이스다. 서울대 금융·경제연구회(SFERS) 출신인 그는 세 학기 동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동아리 내 ‘커리어 멘토링’ 과정을 거쳤다. 커리어 멘토링은 SFERS 졸업생과 재학생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으로 학기마다 재학생이 졸업생 선배를 택해 관련 분야 진로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다. 천씨는 “세 학기 동안 사기업, 금융공기업, 사금융권에 재직 중인 선배들에게 조언을 받아 취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SFERS 졸업생 상당수는 증권사, IB, 금융공기업 등에서 활동하면서 재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SFERS는 지난해 말 기준 25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이 중 100여명의 졸업생이 금융공기업과 금융회사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동아리는 각종 경제동아리 경진대회에 출전해 여러 차례 상을 받기도 해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연세대 경영컨설팅연구회(YMCG) 역시 졸업생 네트워크가 탄탄한 동아리로 유명하다. 맥킨지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인 컨설팅사와 금융회사에서 300명에 가까운 이 동아리 출신이 활약 중이다. 업계에서는 YMCG 출신이라는 점이 상당한 경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졸업생들은 주기적으로 대학을 찾아 재학생의 취업과 학업에 도움을 준다. 또 금융 분야 관련 서적 등을 YMCG 이름으로 번역·출간해 수익금을 후배에게 기부하기도 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SFERS 등 대학 금융 관련 동아리 출신들은 졸업할 때쯤엔 상당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때문에 관련 회사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