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탈출 원동력은 과감한 기술투자" SK하이닉스, 사상최대 분기 영업익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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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창립 31주년…SK 날개 달고 더 활짝 날개폈다
워크아웃·매각 아픔 딛고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아
이천 新공장에 장비 이전…생산효율 개선 등 구슬땀
워크아웃·매각 아픔 딛고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아
이천 新공장에 장비 이전…생산효율 개선 등 구슬땀
질곡의 세월을 견뎌온 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반도체)가 3분기 1조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10일 창립 31주년을 맞는 하이닉스로선 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이익이다. 2001년 10월 15조원이 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회사가 2012년 SK로 넘어간 뒤 초우량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로 법인세도 내지 못할 처지였지만 올해 7000억~8000억원가량의 법인세를 낼 예정이다.
○난관 때도 기술 개발에 투자
SK하이닉스의 모태는 1983년 설립된 현대전자다. 초대 대표이사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었다. 현대전자 반도체 사업은 창립 6년 만인 1989년 세계 2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1999년엔 대기업 간 빅딜 과정에서 LG반도체를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양사 합병 이후 경영환경 악화로 인해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재무구조가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1년 ‘왕자의 난’으로 현대그룹이 혼란스러웠던 점도 후속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사업을 정리하고, 사명을 하이닉스반도체로 바꾸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그해 10월 워크아웃이라는 치욕을 맛봤다.
벼랑 끝에 선 회사가 택한 돌파구는 투자와 기술 개발이었다. 이 회사는 2004년 2월 처음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D램만 만들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한 것이다. 그 결과 2005년 7월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2003년부터 2007년까지 17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회사의 앞날은 다시 어두워졌다. 그해에만 4조745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때도 살 길을 내 준 것은 기술이었다. D램 분야에서 경쟁사들과 기술 격차를 1년 가까이 벌리면서 2012년 일본 엘피다 등을 제치고 ‘30년 치킨게임’의 최종 승자로 살아남았다. 같은 해 SK그룹에 편입돼 ‘과감한 투자’가 이뤄졌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강 구도로 재편된 가운데 수요가 살아나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다.
○또 다른 ‘치킨 게임’ 대응전략
31년 회사 궤적을 지켜본 권오철 전 SK하이닉스 사장(현 고문)은 “SK하이닉스 역사를 책으로 쓰면 경영학의 살아있는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워크아웃·구조조정·인수합병 등 ‘안 해본 게’ 없고, 대기업그룹 소속과 단독 법인 경험을 해본 특이한 기업이라는 설명이다. 온갖 난관을 극복해 온 만큼 저력이 있다는 것이다. SK가 인수한 뒤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미래가 밝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언제든지 ‘치킨 게임’이 재연될 수 있다. 메모리 업계 1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반도체로 메우기 위해 공격적인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업체 인텔을 등에 업은 미국 마이크론의 도전도 무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단 내년 말부터 경기 이천에 새로 지은 공장(M14)에 구형 공장 장비를 이전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D램 생산 효율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IBM, 도시바 등과 손잡고 PC램 등 ‘차세대 메모리’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어떤 어려움도 끝까지 버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우리의 DNA”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SK하이닉스의 모태는 1983년 설립된 현대전자다. 초대 대표이사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었다. 현대전자 반도체 사업은 창립 6년 만인 1989년 세계 2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1999년엔 대기업 간 빅딜 과정에서 LG반도체를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양사 합병 이후 경영환경 악화로 인해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재무구조가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1년 ‘왕자의 난’으로 현대그룹이 혼란스러웠던 점도 후속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사업을 정리하고, 사명을 하이닉스반도체로 바꾸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그해 10월 워크아웃이라는 치욕을 맛봤다.
벼랑 끝에 선 회사가 택한 돌파구는 투자와 기술 개발이었다. 이 회사는 2004년 2월 처음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D램만 만들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한 것이다. 그 결과 2005년 7월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2003년부터 2007년까지 17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회사의 앞날은 다시 어두워졌다. 그해에만 4조745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때도 살 길을 내 준 것은 기술이었다. D램 분야에서 경쟁사들과 기술 격차를 1년 가까이 벌리면서 2012년 일본 엘피다 등을 제치고 ‘30년 치킨게임’의 최종 승자로 살아남았다. 같은 해 SK그룹에 편입돼 ‘과감한 투자’가 이뤄졌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강 구도로 재편된 가운데 수요가 살아나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다.
○또 다른 ‘치킨 게임’ 대응전략
31년 회사 궤적을 지켜본 권오철 전 SK하이닉스 사장(현 고문)은 “SK하이닉스 역사를 책으로 쓰면 경영학의 살아있는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워크아웃·구조조정·인수합병 등 ‘안 해본 게’ 없고, 대기업그룹 소속과 단독 법인 경험을 해본 특이한 기업이라는 설명이다. 온갖 난관을 극복해 온 만큼 저력이 있다는 것이다. SK가 인수한 뒤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미래가 밝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언제든지 ‘치킨 게임’이 재연될 수 있다. 메모리 업계 1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반도체로 메우기 위해 공격적인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업체 인텔을 등에 업은 미국 마이크론의 도전도 무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단 내년 말부터 경기 이천에 새로 지은 공장(M14)에 구형 공장 장비를 이전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D램 생산 효율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IBM, 도시바 등과 손잡고 PC램 등 ‘차세대 메모리’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어떤 어려움도 끝까지 버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우리의 DNA”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