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진격·日의 반격·유럽의 저력…삼성·LG, 기술로 맞대응
세계 가전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TV 시장에선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양강(兩强) 구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냉장고 등 생활가전 시장에선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다.

○거세지는 중국의 TV 공세

지난달 5~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쇼 ‘IFA 2014’. 삼성전자가 최대 부스를 차지하며 ‘가전왕국’의 위용을 뽐냈지만 한편에선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눈길을 모았다. 중국 가전업체 TCL은 이번 전시회에 세계 최대인 110인치 곡면 UHD TV를 선보였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혹평도 없진 않지만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중국 업체들이 삼성, LG, 소니 같은 쟁쟁한 업체들을 제치고 ‘세계 최대’ 타이틀을 선점한 것은 가전업계에 상당한 충격이었다.

소니는 IFA에서 재기를 노렸다. 곡면 UHD TV 브라비아를 내놓으면서 TV 화면 옆면에 스피커를 붙였다. 요즘 삼성과 LG TV가 스피커를 화면 아래 붙이며 얇고 가벼운 TV를 지향하는 것과 달리 소니는 자신들의 강점인 ‘사운드(음향)’를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세계 TV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자존심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LG는 OLED TV를 내세워 ‘삼성 타도’를 외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55인치 곡면 OLED TV를 399만원에 내놓았다. 지난해 4월 첫 출시 때 1500만원대였던 것을 1년5개월 만에 4분의 1 가격으로 내린 것. LG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커브드(곡면)’ 기술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OLED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업계에선 삼성과 LG의 TV 전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OLED TV는 기존 LCD TV에 비해 화질이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싼 게 흠”이라며 “OLED TV 가격이 얼마나 빨리 소비자가 살 만한 수준으로 떨어지는지가 이번 전쟁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中의 진격·日의 반격·유럽의 저력…삼성·LG, 기술로 맞대응
○미국·유럽 가전업계 대형 M&A로 몸집 키워

글로벌 가전업체들의 합종연횡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는 미국 GE 가전사업부를 33억달러(약 3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그동안 유럽지역에서만 위세를 떨쳤던 일렉트로룩스는 미국 가전시장에서도 단숨에 1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지난 7월에는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이탈리아 가전업체 인데싯을 10억달러에 사들이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유럽 가전업체들이 서로 상대방 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독일 보쉬가 지멘스의 가전사업 부문을 완전 인수한 것도 주목된다. 보쉬와 지멘스는 각각 50% 지분 투자로 BSH라는 합작 가전사를 운영했는데 보쉬가 지멘스 보유 지분 50%를 30억유로(약 4조1000억원)에 매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경쟁자들이 외형 확대뿐 아니라 비용 절감 등 체질 개선에 성공할 경우 업체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