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0주년 경제 대도약 - 5만달러 시대 열자] '샛별' 안보이는 기업 생태계…10여년간 혁신기업 3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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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업가정신인가 <4부> 野性·승부 근성을 되살리자
(1)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
(1)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
삼보컴퓨터는 2000년대 초반 삼성전자와 함께 PC업계 ‘2강(强)’이었다. 1981년 국내 최초로 PC를 생산한 이 회사는 2003년 국내 PC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고속성장했다. 그해 매출 기준 기업 순위는 71위. 서울대 공대 출신의 30세 벤처창업가 변대규가 설립한 셋톱박스 제조업체 휴맥스도 승승장구했다. 1989년 서울 봉천동의 조그만 사무실에서 시작한 휴맥스는 설립 14년 만인 2003년 국내 34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맥슨전자 영업사원이던 박병엽이 1991년 세운 팬택도 2003년 매출 기준 국내 234위 기업으로 컸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 기업 생태계는 역동적이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외에도 팬택, 휴맥스, 삼보컴퓨터, 전자랜드 같은 ‘젊은 기업’들이 속속 등장했다. 10~20대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도전장을 내밀던 때다.
그런 한국 기업 생태계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모험을 즐기는 젊은 혁신 기업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1970~1980년대 반도체, 조선, 제철업 분야에서 세계 1등 기업을 배출한 역동성, 2000년대 정보기술(IT)·벤처기업이 보인 혁신성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10~20대 젊은 기업이 사라진 한국
한 나라의 기업 생태계가 가진 역동성은 얼마나 많은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50대 기업’ 순위는 66%가 바뀌었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과 같은 젊은 기업이 대거 순위권에 진입한 결과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도 지난 10년간 절반가량(46%)이 자리바꿈을 했다.
한국의 기업 생태계는 어떨까. 본지가 2003년과 지난해 ‘한국 500대 기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 10년 사이 한국 500대 기업(매출 기준)에는 148개사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계열분리·구조조정을 통해 생긴 대기업 계열사(58개), 공기업(19개), 외국계 회사(25개)를 빼면 순수 창업기업은 46개에 불과했다. 46개도 대부분 새로 창업한 회사는 아니다. 창업 20년차 이하 회사는 14개에 불과했다. 10대, 20대에 해당하는 ‘젊은 기업’이 별로 없다는 의미다.
혁신성도 사라졌다. 14개의 젊은 기업을 산업별로 분류해보면 건설(2개), 원자재 및 상품 수입·판매(3개), 대기업 부품협력사(3개) 등이 대부분이다. 신기술·신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형 기업은 네이버(인터넷 포털), 멜파스(터치스크린), 넥슨(게임) 등 서너 곳에 불과했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가장 혁신적이어야 할 벤처조차 어느 순간 ‘최고경영자(CEO)’는 사라지고 단기 이익에 집착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마인드에 빠져들면서 역동성이 없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승부사의 야성 본능을 되살려라
한국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은 왜 사라진 걸까. 전문가들은 ‘기업가적 야성’이 실종된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50년 전 한국의 기업 환경은 지금보다 척박했다. 그럼에도 반도체, 조선, 철강 등 한국 대표 산업들이 등장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한국경제연구원장)는 “이병철, 정주영의 성공 이면엔 무모하지만 뭔가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며 “배고픔과 절박함의 시대는 지났지만 지금 기업에 요구되는 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배짱과 승부사의 DNA”라고 말했다. 허황돼 보이지만 가능성에 베팅해 판도를 바꾸는 기업인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싸이월드가 반면교사의 단적인 예다. 1998년 설립된 싸이월드는 한때 2000만명의 회원을 거느렸다.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처음 개척한 것도 싸이월드였다. 그러나 싸이월드는 5년 뒤인 2004년 19세 하버드대생(마크 저커버그)이 만든 SNS 페이스북에 밀려 주저앉았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만약 싸이월드가 사업 초창기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국내로만 사업 영역을 좁히는 ‘갈라파고스’형 기업 운영으로는 제2의 삼성, 현대차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 산업의 주력군(群)이 10년째 별 변화가 없는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스마트폰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 등의 뒤를 이을 ‘후속 엔진’이 없다. 지금 한국 기업에 필요한 건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실천에 옮길 야성이다.
김 특임교수는 “미국 테슬라의 CEO 앨런 머스크는 우주탐사, 하이퍼루프(초고속 진공열차) 등을 꿈꾸고,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태양광으로 일본 전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며 “이제 한국 기업가들이 야성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이태명 팀장, 정인설(산업부) 전설리(IT과학부) 윤정현(증권부) 박신영(금
융부) 전예진(정치부) 김주완(경제부) 조미현(중소기업부) 양병훈(지식사회부) 기자
2000년대 초·중반 한국 기업 생태계는 역동적이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외에도 팬택, 휴맥스, 삼보컴퓨터, 전자랜드 같은 ‘젊은 기업’들이 속속 등장했다. 10~20대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도전장을 내밀던 때다.
그런 한국 기업 생태계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모험을 즐기는 젊은 혁신 기업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1970~1980년대 반도체, 조선, 제철업 분야에서 세계 1등 기업을 배출한 역동성, 2000년대 정보기술(IT)·벤처기업이 보인 혁신성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10~20대 젊은 기업이 사라진 한국
한 나라의 기업 생태계가 가진 역동성은 얼마나 많은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50대 기업’ 순위는 66%가 바뀌었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과 같은 젊은 기업이 대거 순위권에 진입한 결과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도 지난 10년간 절반가량(46%)이 자리바꿈을 했다.
한국의 기업 생태계는 어떨까. 본지가 2003년과 지난해 ‘한국 500대 기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 10년 사이 한국 500대 기업(매출 기준)에는 148개사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계열분리·구조조정을 통해 생긴 대기업 계열사(58개), 공기업(19개), 외국계 회사(25개)를 빼면 순수 창업기업은 46개에 불과했다. 46개도 대부분 새로 창업한 회사는 아니다. 창업 20년차 이하 회사는 14개에 불과했다. 10대, 20대에 해당하는 ‘젊은 기업’이 별로 없다는 의미다.
혁신성도 사라졌다. 14개의 젊은 기업을 산업별로 분류해보면 건설(2개), 원자재 및 상품 수입·판매(3개), 대기업 부품협력사(3개) 등이 대부분이다. 신기술·신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형 기업은 네이버(인터넷 포털), 멜파스(터치스크린), 넥슨(게임) 등 서너 곳에 불과했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가장 혁신적이어야 할 벤처조차 어느 순간 ‘최고경영자(CEO)’는 사라지고 단기 이익에 집착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마인드에 빠져들면서 역동성이 없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승부사의 야성 본능을 되살려라
한국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은 왜 사라진 걸까. 전문가들은 ‘기업가적 야성’이 실종된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50년 전 한국의 기업 환경은 지금보다 척박했다. 그럼에도 반도체, 조선, 철강 등 한국 대표 산업들이 등장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한국경제연구원장)는 “이병철, 정주영의 성공 이면엔 무모하지만 뭔가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며 “배고픔과 절박함의 시대는 지났지만 지금 기업에 요구되는 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배짱과 승부사의 DNA”라고 말했다. 허황돼 보이지만 가능성에 베팅해 판도를 바꾸는 기업인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싸이월드가 반면교사의 단적인 예다. 1998년 설립된 싸이월드는 한때 2000만명의 회원을 거느렸다.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처음 개척한 것도 싸이월드였다. 그러나 싸이월드는 5년 뒤인 2004년 19세 하버드대생(마크 저커버그)이 만든 SNS 페이스북에 밀려 주저앉았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만약 싸이월드가 사업 초창기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국내로만 사업 영역을 좁히는 ‘갈라파고스’형 기업 운영으로는 제2의 삼성, 현대차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 산업의 주력군(群)이 10년째 별 변화가 없는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스마트폰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 등의 뒤를 이을 ‘후속 엔진’이 없다. 지금 한국 기업에 필요한 건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실천에 옮길 야성이다.
김 특임교수는 “미국 테슬라의 CEO 앨런 머스크는 우주탐사, 하이퍼루프(초고속 진공열차) 등을 꿈꾸고,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태양광으로 일본 전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며 “이제 한국 기업가들이 야성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이태명 팀장, 정인설(산업부) 전설리(IT과학부) 윤정현(증권부) 박신영(금
융부) 전예진(정치부) 김주완(경제부) 조미현(중소기업부) 양병훈(지식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