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 10년 후에 입어도 멋진 옷 만든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생마르탱 운하는 센 강과 우르크 운하를 잇는 연결 고리다. 4.5㎞에 달하는 운하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와 철제 다리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조성해 파리의 운치를 상징하는 곳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을 최근 생마르탱 운하변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 10년 후에 입어도 멋진 옷 만든다
카스텔바작은 1978년 자신의 이름을 따 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이란 명품 브랜드를 만들었다.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에게 개구리 인형을 이어 붙인 의상을 입히는 등 ‘발칙한’ 상상력을 동원한 작품으로 수십년 동안 ‘패션계의 악동’으로 불려왔다. 그는 최근 열린 ‘2015 봄·여름(S/S) 파리패션위크’에서 기아자동차의 박스카 ‘쏘울’을 등장시키는 파격적인 무대로 화제를 모았다.

▷디자인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현재를 위해 디자인하지 않는다. 내가 만든 옷은 10년 후에도 멋져 보여야 한다. 구글이나 이베이를 뒤져보라. 30여년 전 내가 만든 옷이 지금도 3000달러(약 322만원)에 팔리고 있다. 그런 게 바로 빈티지다. 좋은 빈티지 작품을 만드는 것이 내 목표다. 이번 파리 컬렉션에서도 디자이너로서 삶이 시작된 1974년을 기념하려고 ‘74’를 주제로 삼았다. 74는 60년 뒤인 2074년, 또 다른 미래를 뜻하기도 한다. 더 간결하면서도 더 강력한, 그러면서도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고 싶었다.”

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 10년 후에 입어도 멋진 옷 만든다
▷전문 모델을 기용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모델을 캐스팅했는데.

“학생, 록 뮤지션 등 새로운 파리의 여성상이라고 생각한 여성들을 무대에 올렸다. 관람객들이 잠시 거리의 예술가가 된 듯한 느낌을 받길 원했다. 길거리를 무대로 모두를 위한 멋진 옷을 만들고 싶었다. 한국 기업인 기아차와 협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아차의 박스카 ‘쏘울’을 사랑한다. S-O-U-L! 도심을 달리는 작은 차 아니냐. 아시아를 여행할 때 유심히 봤던 선캡도 이번 무대에 올렸다. 한국 중년 여성들이 즐겨 쓰더라. 사실 이번 컬렉션은 대부분 한국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 국기(태극기)와 같은 색상의 의상이 많았던 이유다.”

▷기아차와의 협업은 어떤 식으로 이뤄졌나.

“그쪽에서 먼저 제안했지만 이번 협업은 내게 굉장히 중요했다. 한국 기업은 디자이너의 창의력을 존중해 주니까. 아이디어를 말하면 ‘좋다. 함께 작업하자’며 수락한다. 그들은 예술가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한국의 신라시대에 예술이 번창한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한국은 산업과 예술이 연결돼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그게 바로 한국의 힘이다. 난 그 힘의 일부가 되고 싶다.”

▷한국의 젊은 예술가 중 친분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건축가 백지원 씨를 좋아한다. (아이돌그룹 2NE1의 리더인) 씨엘과도 친하다. 한국에서 창조적인 일을 하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디자이너 계한희 씨는 얼마 전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에서 주최한 영디자이너 프라이즈에서 성과를 내지 않았느냐. 그런 대회가 많을수록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 패션계는 디자이너를 마치 비서처럼 부리고 있다. ‘날 위해 셔츠를 디자인해 줄 수 있지? 드레스를 만들어 줄 수 있지?’라고 끊임없이 묻는다. 창조력에 대한 것보다 마케팅에 치중돼 있다. 결국 디자인이란 창조의 영역인데 상업적인 목적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은 큰 문제다.”

▷패션그룹형지와 함께 내년부터 한국에서 카스텔바작 골프웨어를 판매한다. 보통 ‘골프웨어는 좀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사실 골프를 잘 못 치지만 30여년간 골프웨어를 디자인했다. 스키 실력도 형편없으나 12년간 최고의 스키웨어를 디자인했다. 상상력! 그게 내가 일하는 방식이다. 내 골프웨어는 절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골프가 끝난 뒤 파티를 뜻하는 19홀에서도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 계획이다.”

파리=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