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화 가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10일 러시아 외환시장서 루블화 가치는 1달러에 40.33으로 마감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부유층이 잇따라 자산을 달러화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러, 루블화 폭락에 '달러 사재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방의 경제제재와 유가 하락으로 루블화 가치 하락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부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며 “달러화를 사들이는 러시아 부유층이 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파블 스투카노브 러시아 란타은행 환율부장은 “고객이 은행에 와서 5만달러나 10만달러, 20만달러까지 달러화로 바꿔 간다”며 “이들은 평범한 고객이 아니고, 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큰 그림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WSJ는 “올 들어 루블화 가치는 18%가량 떨어졌다”며 “루블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러시아 중앙은행이 올 들어 6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효과는 없었다”고 전했다.

루블화 가치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드미트리 폴보이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4월에는 루블화가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7월 이후 경제제재 등 지정학적 문제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며 “9월 이후 유가까지 하락하면서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3월 크림반도 병합 당시 외환시장이 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더 심각해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드미트리 오를로프 VTB 부행장은 “이미 많은 사람이 3월에 자산을 외화로 바꿨다”며 “현재 외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3월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