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신흥국 성장엔진…글로벌 경제에 '또 다른 뇌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던 신흥국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고 있다. 원자재 시장 불황이 계속돼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신흥국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흥국의 저성장 기조는 유럽 등을 중심으로 다시 경기침체 조짐이 나타나는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풀 꺾인 신흥국 경제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가 중국 브라질 등 19개 주요 신흥국 경제 지표를 분석한 결과 신흥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신흥국의 지난 8월 산업생산량과 2분기(4~6월) 소비 지출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7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3%로 6월의 4.5%에 비해 0.2%포인트 둔화됐다. 닐 시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신흥시장팀장은 “역동적인 성장으로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던 신흥시장에서 저성장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8월 신흥국 성장률은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신흥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IMF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신흥국은 내수 부진과 인프라 부족 등 취약한 경제 구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흥국은 금융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연 7%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앞으로는 5%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역시 “브라질과 러시아 같은 나라엔 경기 둔화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

전문가들은 신흥국 경제 성장 부진이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기회복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원자재 시장 침체,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으로 인한 자금 유출 우려가 맞물려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나우캐스팅이코노믹스는 중국의 3분기(7~9월) GDP 증가율을 6.8%로 예상했다. 이는 2분기 GDP 증가율 7.5%보다 크게 떨어진 것이다. 세계은행도 지난 6일 중국의 올해 증가율 전망치를 7.4%로 종전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대규모 경기 부양에는 나서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마쥔 중국 인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까운 미래에 대규모 경제 부양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남미 신흥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수입이 줄면서 원자재 시장은 5년 만에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20개 주요 원자재를 모아 놓은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3일 5년 만에 저점인 118.01로 하락했다. FT는 올해 브라질의 GDP 증가율이 지난해 2.5%에서 급락한 0.3%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IMF는 2011년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신흥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여섯 차례 하향 조정했다. 조지 매그너스 UBS 수석 고문은 “신흥시장이 2006~2012년 기록했던 이례적인 고속 성장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