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톱5 수익률, 실적배당형 30%대…원금보장형 20%대
퇴직연금 적립금의 수익률 격차가 금융회사별로 최대 8배까지 벌어진 것은 위탁 금융회사를 잘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실적배당형 상품이 아닌 안전한 금리상품에 투자하는 원금보장형의 회사별 수익률도 최고 25%, 최저 15%로 격차가 10%포인트에 달했다. 특히 전체 적립금의 70%가량이 들어가 있는 DB형(확정급여형) 원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저조해 가입자들의 퇴직연금 재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돈 안 되는 상품’에 가입 집중

금융감독원은 2010년부터 46개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의 적립금 운용수익률을 비교해 공시하고 있다. 올 6월 말까지 4년6개월 동안의 수익률을 보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전체 적립금의 69%로 가장 많은 자금이 적립된 DB형 원금보장형의 4년6개월 수익률은 21.4%다. 같은 시기 국고채 5년물에 투자했을 때보다 낮은 수익률이다. 2010년 1월3일 국고채 5년물(연 4.98%)에 돈을 넣었다면 6월 말 기준 수익률은 25.24%(6개월마다 받는 이자수익은 3%로 재투자 가정)가 되기 때문이다. DB형과 DC형(확정기여형)의 원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 등 총 4개 퇴직연금유형의 평균 수익률도 22%로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퇴직연금 톱5 수익률, 실적배당형 30%대…원금보장형 20%대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수익률 낮은 상품으로 몰려다니는 아쉬운 모습도 보인다. 원금보장형 상품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점이 아픈 대목이다. 6월 말 기준 87조5102억원의 적립금 중 원금보장형은 91%인 79조6563억원에 달한다. 실적배당형은 5조2642억원으로 6%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3%는 운용 대기 자금이다.

김혜령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퇴직금이라 안전하게 굴려야 한다는 생각에 원금보장형을 선택하는 경우가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검증된 금융회사를 통해 좀 더 공격적인 방식인 실적배당형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을 고려해볼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대형 금융사가 수익률 더 부진

퇴직연금 적립금을 많이 끌어모은 대형 금융사들의 실적 부진도 눈에 띈다. 6월 말 기준 운용관리계약 점유율이 5% 이상인 금융회사는 삼성생명(14.0%) 신한은행(9.9%) 국민은행(9.1%) 우리은행(8.0%) 기업은행(7.1%) HMC투자증권(5.8%) 등 6곳이다. 이들 6곳은 퇴직연금운용수익률이 그다지 높지 못한 편이다.

가장 많은 돈이 몰린 DB형 원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 6개사의 수익률은 46개 금융사 중에서 돋보이지 않는다. 6개사 중 HMC투자증권이 가장 높은 데 등수는 23위에 그쳤다. 신한은행(25위) 우리은행(27위) 국민은행(35위) 삼성생명(36위) 기업은행(42위) 등 대형 사업자들은 일제히 하위권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협상력이 크다는 장점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낮은 확정금리로 마케팅에 나선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가 위기를 맞을 경우에도 별도의 특별계좌로 운용되는 퇴직연금은 안전하게 이전된다”며 “너무 보수적인 자금 운용을 탈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