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먹구름 드리운 세계경제, 재정확대로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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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문 연 라가르드 IMF 총재 "정부가 다시 지갑을 열어야 한다"
“정부가 다시 지갑을 열어야 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0~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을 겨냥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IMF가 기존에 주장하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 권고를 뒤집은 것이다. 시노하라 나오유키 IMF 부총재 역시 패널 토론회에서 “정부 부채가 많은 나라들도 빚을 내서라도 공공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 구하기에 실패한 긴축정책
IMF가 재정 확대 처방을 들고 나온 것은 긴축이 ‘실패’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IMF가 강력하게 긴축을 권고해온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은 다시 경기침체에 빠졌다. 2015년까지 재정수지 균형을 달성하겠다며 긴축을 고집해온 독일 경제는 올 2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독일 경제부는 지난 14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1.2%로 0.6%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디플레이션 공포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9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3%(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해 2009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9월 이후 0%대에 머물러 중기 물가 목표치인 2%를 대폭 밑돌고 있다.
시장 달래기 나선 통화당국
선진국 경제가 침체 모습을 보이자 전 세계 금융 당국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미국 통화정책 결정자들은 최근 일고 있는 조기금리 인상론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충분한 모멘텀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금리 인상시기를 늦춰야 한다”며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미 중앙은행(Fed)의
기 금리인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물가는 우리 정책목표(연 2%) 아래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조기 금리인상론을 일축했다.
유럽은 확장적 정책에 대해 더욱 적극적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분류된 자산담보부채권(ABS)을 직접 매입해 시중에 막대한 양의 돈을 풀겠다는 계획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달 초 유로존의 경기부양을 위한 자산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집행위원회에서 국채 매입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양적 완화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정책은 적어도 2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수요창출에 직접 나서야
IMF는 통화정책만으로는 생산성 증가세 둔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에 직면한 세계 경제를 되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Fed, ECB 등이 양적 완화와 초저금리 등을 통해 수조달러의 돈을 풀었지만 상당 부분은 은행의 지급준비금이나 기업의 유보금 형태로 잠자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투자와 가계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개혁, 규제 완화와 같은 구조개혁 과제는 정치에 발목이 잡혀 있다.
주민 IMF 부총재는 “세계 경제가 엄청난 수요 부족에 처해 있는데 누군가가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만으론 안 되며 정부가 수요 창출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IMF는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성장률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 및 잠재성장률을 제고시킬 것이란 설명이다. IMF는 선진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지출을 1%포인트만 높여도 GDP는 한 해 0.4%포인트, 앞으로 4년간 1.5%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IMF 자문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가 지난 11일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도 이런 점을 분명히 했다. IMFC는 “세계경제 회복이 지속되고 있지만 기대보다 회복세가 미약하며 하방 위험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나라가 저성장과 고실업에 직면해 있다”며 “수요 진작과 함께 구조개혁을 위해 과감하고 야심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IMF의 재정 확대 권고에 대해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공공지출 확대에서 해답을 찾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공짜 점심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독일 정부는 보수적인 현재의 재정정책 방향을 포기하거나 바꾸기 위한 어떤 경제정책 토대도 없다”며 “최근의 경제 부진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IMF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 회원국들이 독일의 재정지출 확대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재정정책을 통해 독일의 국가 채무가 확대되는 것보다 유로존의 구조개혁이 유럽 경제 문제 해결의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순신 한국경제신문 기자 soonsin2@hankyung.com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0~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을 겨냥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IMF가 기존에 주장하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 권고를 뒤집은 것이다. 시노하라 나오유키 IMF 부총재 역시 패널 토론회에서 “정부 부채가 많은 나라들도 빚을 내서라도 공공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 구하기에 실패한 긴축정책
IMF가 재정 확대 처방을 들고 나온 것은 긴축이 ‘실패’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IMF가 강력하게 긴축을 권고해온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은 다시 경기침체에 빠졌다. 2015년까지 재정수지 균형을 달성하겠다며 긴축을 고집해온 독일 경제는 올 2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독일 경제부는 지난 14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1.2%로 0.6%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디플레이션 공포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9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3%(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해 2009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9월 이후 0%대에 머물러 중기 물가 목표치인 2%를 대폭 밑돌고 있다.
시장 달래기 나선 통화당국
선진국 경제가 침체 모습을 보이자 전 세계 금융 당국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미국 통화정책 결정자들은 최근 일고 있는 조기금리 인상론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충분한 모멘텀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금리 인상시기를 늦춰야 한다”며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미 중앙은행(Fed)의
기 금리인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물가는 우리 정책목표(연 2%) 아래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조기 금리인상론을 일축했다.
유럽은 확장적 정책에 대해 더욱 적극적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분류된 자산담보부채권(ABS)을 직접 매입해 시중에 막대한 양의 돈을 풀겠다는 계획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달 초 유로존의 경기부양을 위한 자산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집행위원회에서 국채 매입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양적 완화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정책은 적어도 2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수요창출에 직접 나서야
IMF는 통화정책만으로는 생산성 증가세 둔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에 직면한 세계 경제를 되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Fed, ECB 등이 양적 완화와 초저금리 등을 통해 수조달러의 돈을 풀었지만 상당 부분은 은행의 지급준비금이나 기업의 유보금 형태로 잠자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투자와 가계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개혁, 규제 완화와 같은 구조개혁 과제는 정치에 발목이 잡혀 있다.
주민 IMF 부총재는 “세계 경제가 엄청난 수요 부족에 처해 있는데 누군가가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만으론 안 되며 정부가 수요 창출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IMF는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성장률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 및 잠재성장률을 제고시킬 것이란 설명이다. IMF는 선진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지출을 1%포인트만 높여도 GDP는 한 해 0.4%포인트, 앞으로 4년간 1.5%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IMF 자문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가 지난 11일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도 이런 점을 분명히 했다. IMFC는 “세계경제 회복이 지속되고 있지만 기대보다 회복세가 미약하며 하방 위험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나라가 저성장과 고실업에 직면해 있다”며 “수요 진작과 함께 구조개혁을 위해 과감하고 야심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IMF의 재정 확대 권고에 대해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공공지출 확대에서 해답을 찾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공짜 점심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독일 정부는 보수적인 현재의 재정정책 방향을 포기하거나 바꾸기 위한 어떤 경제정책 토대도 없다”며 “최근의 경제 부진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IMF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 회원국들이 독일의 재정지출 확대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재정정책을 통해 독일의 국가 채무가 확대되는 것보다 유로존의 구조개혁이 유럽 경제 문제 해결의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순신 한국경제신문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