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통상임금 범위는 언제 법제화되는 겁니까.” “노동시장 유연성 문제는 빨리 해결해주셔야죠.”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20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각종 규제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쏟아낸 말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고질적 노동 규제와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을 운영하기 힘들다는 국내 경제계의 하소연과 다를 것이 없다.

이날 참석한 외국인투자기업 25곳을 대표해 틸로 헬터 유럽상공회의소(ECCK) 회장이 먼저 나섰다. 그는 “지난해 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산업현장에 혼란이 야기되고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통상임금의 정확한 범위를 입법화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티브 더크워스 ERM그룹 한국지사장은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투자도 늘고 고용도 증가할 것”이라며 “32개로 한정된 근로자 파견 대상 업무를 확대하고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려달라”고 건의했다.

외국계 기업들은 이 밖에 △외투기업에 대한 기업소득환류세제 적용 제외 △외투기업의 중소기업 판단 기준 완화 △금융정보 해외 이전 규정 구체화 △수입 화장품 평균원가 공개 규제 개선 등을 요구했다. 특히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해서는 “외국인투자기업이 한국에 재투자하는 것을 꺼리도록 하면서 해외 본사 주주 배당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투자와 배당, 임금 증가 등이 당기순이익의 일정 비율 이하인 경우 미달액에 10%의 법인세를 추가로 매기는 제도다.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제 관련 내용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에 대해서는 “근로자 파견 업종과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오늘 언급된 과제 외에도 걸림돌이 될 만한 규제는 없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