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8월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지만 은행 3곳 중 1곳은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자금조달 비용에 일정한 마진을 붙여 결정하는 가산금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가산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주택금융공사의 적격대출 금리가 올라 불가피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를 차입자들에게 떠넘기는 잘못된 행태라는 지적이 많다.

○6개 은행 주택대출 금리 올라

韓銀 기준금리 내렸는데도…은행 3곳 중 1곳, 주택대출 金利 되레 올렸다
은행연합회가 20일 공시한 은행별 9월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기준) 평균금리를 보면 농협은행은 8월 연 3.50%보다 0.13%포인트 오른 연 3.63%다. 기업은행은 같은 기간 0.09%포인트 오른 연 3.50%였다. 우리은행도 연 3.44%에서 연 3.51%로 0.07%포인트 대출금리가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0.03%포인트 오른 연 3.52%로 나타났다. 전북은행은 0.01%포인트, 제주은행은 0.06%포인트 상승했다.

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한 것은 이들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는 은행 자체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매겨진다. 농협은행의 가산금리는 8월 0.54%에서 9월 0.85%로 한 달 새 0.31%포인트 상승했다. 기업은행의 가산금리는 0.26%에서 0.47%로 올랐다. 우리은행은 0.68%에서 0.73%로 상승했다.

○“적격대출 금리 높아진 때문”

대출금리가 오른 곳이 속출한 데 대해 은행들은 “주택금융공사의 금리조정형 적격대출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은행들은 5년마다 금리가 조정되는 금리조정형 적격대출을 팔아서 일정 마진을 챙긴 후 이 대출채권을 공사에 넘긴다. 차입자는 이후 해당 은행에 대출 원리금을 갚지만 이는 공사에 넘어간다.

이 때문에 금리조정형 적격대출의 금리는 공사가 결정한다. 공사는 금리조정형 적격대출의 금리를 8월 연 3.3%에서 9월 연 3.72%로 올렸다. 공사 관계자는 “지난 6월 금리조정형 적격대출 출시 당시 금리를 연 3.3%로 낮게 책정했으나 기준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적격대출 금리 기준으로 삼는 국공채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산금리가 오른 은행은 17곳 중 13곳에 달했다. 앞선 6개 은행 외에도 신한, 하나, 경남, 광주, 수협, 한국SC, 한국씨티 등 7곳도 가산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이들 7개 은행은 가산금리 상승폭보다 자체 기준금리 하락폭이 커 평균금리가 오르지는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체 기준금리를 낮춰서 가산금리 상승폭을 상쇄한 은행들이 있는 만큼 대출금리 인상은 설득력이 약하다”며 “가계부채 증가세를 감안할 때 수익성만을 쫓는 은행들의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