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이 나인후르츠미디어의 스노보드 시뮬레이터를 체험하고 있다. 부산=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관람객이 나인후르츠미디어의 스노보드 시뮬레이터를 체험하고 있다. 부산=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스노보드에 올라서자 눈앞에 드넓은 설경이 펼쳐졌다. 무게 중심을 앞으로 옮겨 스노보드를 출발시켰다. 눈앞의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앞뒤로 몸을 움직이자 스노보드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설원을 가르며 내려오는 내내 서늘한 바람이 뺨을 스쳐 지나갔다.

한겨울 슬로프 위가 아니라 실내에서 벌어진 일이다. 나인후르츠미디어가 선보인 가상현실 스노보드 시뮬레이터다.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막을 내린 2014 월드3D페어·월드IT쇼 행사장에선 유독 관람객의 발길을 장시간 붙잡은 몇몇 부스가 눈에 띄었다. 스노보드, 레이싱 등 ‘체험형 게임’을 선보인 회사들이었다.

◆실감나는 스노보드 체험

[월드3D페어] 바람 가르며 슬로프 질주…현실보다 더 짜릿한 '3D 스노보드'
나인후르츠미디어의 가상현실 스노보드 시뮬레이터는 가상현실 체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다. 사용자가 각종 장비를 이용해 조작·명령하며 가상현실 속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이 회사의 스노보드 시뮬레이터는 머리에 쓰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의 일종인 ‘오큘러스 리프트 DK2’를 이용해 제작했다. 일반 HMD와 달리 헤드셋이 머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시선 방향대로 가상 화면이 펼쳐진다. 스노보드 시뮬레이터에 올라 오큘러스 리프트를 쓴 채 고개를 돌리면 설원이 계속 이어진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바탕으로 두 축으로 구성되는 가상현실 스노보드 장치와 3차원(3D) 그래픽으로 이뤄진 지형 요소를 결합한 이 시스템은 실제 스노보드를 타는 듯한 스릴을 느끼게 해 준다. 스노보드 속도에 따라 바람의 세기를 조절해 피부가 느끼는 바람의 질감까지 실제 상황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이 장비는 지난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놀이기구 관련 전시회 ‘유로 어트랙션 쇼(EAS) 2014’에 출품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우성 나인후르츠미디어 기획본부장은 “스노보드뿐만 아니라 수상스키 등 비슷한 종류의 스포츠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키네틱 게임·레이싱 체험도

애니메이션 제작사 원더월드스튜디오는 게임개발회사 애니프레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개발한 키네틱 게임 ‘정글 점프’를 선보였다. 키네틱 게임은 이용자의 동작을 인식해 게임 속 캐릭터가 반응하게 하는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정글 점프는 한국·미국·멕시코가 공동으로 제작해 최근 개봉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정글히어로’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기반으로 했다. 영화와 게임을 패키지로 수출하기 위해 제작한 게임으로, 이달 초 영화 개봉과 함께 서울 상암CGV에서 선보여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다. 이영기 원더월드스튜디오 대표는 “정글 점프는 테마파크를 타깃으로 제작한 콘텐츠”라며 “중국과 남미의 테마파크, 쇼핑몰, 극장 등에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얼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표방한 알크래프트의 ‘HPRSS RX-1’ 앞에는 전시 기간 내내 체험 인원이 줄지어 서 있었다. 실제 레이싱카에 쓰이는 버킷시트에 앉아 핸들을 움직이면 차량 움직임과 노면 상황에 따라 진동이 느껴진다. 정면과 좌우 양옆 세 개의 모니터로 보이는 화면은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노치석 알크래프트 대표는 “이 시뮬레이터를 연내 중국과 브라질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