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엄마가 알아야 할 입시 ⑤] '목동 엄마'에게서 온 편지…"So What?"
“인터뷰를 보고 한 번에 떠오르는 생각은 'So what'(그래서 어쩌라고요). 그래서 이 왕따 엄마는 자식이 몇 살이고 대입은 경험했나요? (중략) 매우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자식 둘을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진학시킨 목동 50대 선배 드림.”

3화 김미연 애널리스트의 인터뷰 기사(강남 엄마 말고 ‘왕따 엄마’ 돼라)가 나가고 난 뒤 받은 한 독자의 이메일입니다. 마지막 문구로 미뤄보건대 ’목동 엄마’로 추측됩니다.

글쎄요. 저는 자녀 입시 준비나 교육 방식에 하나의 정답만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만 ‘일단 해보고 얘기해라’는 비판은 핀트가 안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명문대에 가거나 아이를 합격시킨 사람만 입시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4화 “SKY는 일반고에게 참 나쁜 대학” 기사에서도 ‘일반고 졸업하고도 SKY에 합격했다’는 반응이 발견됩니다. 물론 좋은 사례와 경험담입니다. 개인의 노력과 그 결과물을 폄훼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일반고의 대다수 사례에 보다 집중해 살펴보자는 것이지요.

제가 기사에서 말하는 것들이 각자가 처한 구체적 상황과 조건에서 100% 확실한 정답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한 가지, 큰 줄기와 방향성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일부 내용이 아닌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왕따 엄마’를 권한 이유는 막연한 불안감에 휩쓸리지 말고 객관적 정보를 파악해 소신껏 자녀 입시를 대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일반고 출신에 불리한 대입 특기자전형 비중에서 명문대가 다른 대학들보다 지나치게 높다면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게 핵심이었고요.
[중학생 엄마가 알아야 할 입시 ⑤] '목동 엄마'에게서 온 편지…"So What?"
◆ 180도 바뀌는 반응 왜일까

그동안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일반고 현황과 입시 준비에 대한 개괄적 기사가 나갔습니다. 메인 기사와 함께 학생, 학부모에게 추천하는 다양한 팁을 담은 인터뷰가 연재되고 있지요.

각각의 기사에선 정반대 반응이 나왔습니다. 모든 의견을 일일이 살펴보기는 어렵지만 자사고·특목고 기사에선 “특권학교 폐지하고 일반고 살리자”는 주장이, 일반고 기사에선 “열심히 공부하는 자사고·특목고 학생에 대한 역차별”이란 지적이 많았습니다.

기자 입장에선 연속성을 갖는 글이지만, 개별 기사를 읽는 독자에게는 그게 아니구나. 글마다 180도 달라지는 반응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한 번쯤 독자 반응을 짚어보는 자리가 있으면 좋을 듯해 이 글을 씁니다. 몇몇 쟁점에 대한 제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 보려 합니다. ‘어떤 의도로 이 기획을 쓰고 있다’ 정도의 글로 읽어주셨으면 해요. 독자들의 지적과 궁금증에 대한 나름의 제 의견을 밝히는 번외편이 되겠네요.

◆ 실용적 입시 정보가 필요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독자들에게 기획 의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입시가 아니라 전반적 교육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고요.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학부모들에게 ‘실용적 입시 정보’를 주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교육 전체의 문제가 아닌 자녀 입시에 포커스를 맞춘 것도, 앞으로 개별 학교 소개 기사를 쓰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교육 철학의 문제를 왜 도외시하느냐. 여기에 대해선 “다루고자 한 층위와 범주가 달라서 그렇습니다”란 답변을 드려야겠네요. 다만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이 프로젝트와 별개로라도 교육 문제의 근본적 변화와 대안을 주제로 한 기사를 꼭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중학생 엄마가 알아야 할 입시 ⑤] '목동 엄마'에게서 온 편지…"So What?"
각설하고, 왜 하필 입시를 테마로 잡았을까. 저도 입시가 교육의 전부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더 중요한 교육의 가치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강조하는 꿈(진로)과 끼(적성), 또 궁극적으로는 학력이나 학벌이 아닌 능력 위주의 사회가 되어야겠죠.

하지만 입시 문제를 생략하고 넘어가기는 어렵습니다. 초중고 교육의 꼭짓점에 대입이 자리 잡고 있는 현실 때문입니다.

물론 비정상적 구조를 완화하고 개선해 나가야겠지만, 구조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거죠. 이것이 우리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한국에 SKY가 있듯 미국엔 아이비리그가 있고, 평등교육의 상징 격인 프랑스에도 ‘대학 위의 대학’ 그랑제꼴이 있죠.

현 시점에서 더 시급해 보이는 건 미국의 주립대, 일본의 거점 국립대(구 제국대학) 같은 모델입니다.

‘꼭 명문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 이런 인식이 조금씩 실질적 변화를 불러오지 않을까요? 주립대나 지역 국립대에 진학해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승자독식 시스템을 약화시키는 보완책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 일반고 상향 평준화를 위한 조건

조금 멀리 갔었네요. 고교 문제로 돌아오겠습니다. 기사에서 제가 말하고자 한 것은 일반고 상황이 안 좋으니 무조건 자사고·특목고에 가라는 얘기도,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해 평준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일반고의 상향평준화’가 실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준화란 용어를 썼지만 일반고의 다양화·차별화가 더 적절한 표현이겠네요.
[중학생 엄마가 알아야 할 입시 ⑤] '목동 엄마'에게서 온 편지…"So What?"
1차적으로 일반고는 일반고대로, 자사고·특목고는 그들대로 각각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엔 개별적 노력뿐만 아니라 다른 유형의 고교와의 상대성, 대입 제도의 문제 등 구조적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력대로 하자. 맞는 얘기죠. 그런데 이런 문제가 남습니다. 대다수 일반고의 위기를 이대로 방치해 두고 가는 게 맞느냐?

물론 일반고 위기가 전적으로 자사고나 특목고 탓은 아닙니다. 자사고·특목고 출신이 입시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것도 개개인의 노력의 결과물이죠. 단 온전히 노력만으로 갈리는 ‘완전경쟁’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반대편에서 주장하는 자사고·특목고 폐지는 맞는 얘기일까요? 역시 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사고 폐지가 전제돼야만 일반고 위기가 해결된다는 문제의식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전국단위선발 자사고와 각종 특목고, 영재학교까지 모두 폐지의 대상이 되어야겠죠. 이들 학교와 별개로 일반고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자구책을 강구하는 게 우선입니다.

하나의 요인만 있고 단선적 인과 관계로 존재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문제를 단순화해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 이유지요. 결국 개인의 노력과 구조적 변화가 함께 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여러 독자들이 지적했듯 일반고 교사들부터 열의를 갖고 학생을 지도해야 할 겁니다. 여기에 더해 학생 선발의 형평성을 맞추고, 대입 방식도 자사고나 특목고를 편애한다는 의혹을 받지 않도록 손질해야 합니다. 답답해 보이고 이도 저도 아닌 방책 같지만 현실의 변화는 그렇게 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 학력고사 시대로 돌아가자고?

자, 이제 마지막으로 고교의 여러 문제를 가로지르는 대입 방식에 대한 논의를 해 볼까요.

“그나마 가장 공정한 수능 100%로 돌아가자”는 반응이 꽤 보입니다. 제 주변에도 이런 생각을 가진 분이 많아요. 대입에서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정성적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고, 수능 점수라는 정량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는 주장입니다.

성적으로 줄 세워서 잘하는 순서대로 가자. 이런 논리로만 보면 맞습니다. 공정성에도 문제가 없고요. 그런데 정말 맞는 걸까요? 수능 같은 입학시험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쉬운 지표에 속합니다. 오히려 ‘개천의 용’을 찾아보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거죠.
[중학생 엄마가 알아야 할 입시 ⑤] '목동 엄마'에게서 온 편지…"So What?"
수능으로 돌아가자는 쪽은 대부분 학생부종합전형(구 입학사정관제)을 부정적으로 봅니다. 한 마디로 ‘수치화 되지 않는 평가에 대한 불신’인 셈이죠. 물론 이 전형은 잘못 운영하면 입시 비리가 끼어들 여지가 꽤 있어요. 첫째도 신뢰, 둘째도 신뢰. 신뢰가 생명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하잖아요. 혹시 시끄러운 소수의 나쁜 사례가 조용한 다수의 좋은 사례를 덮어버린 건 아닌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학생부 전형의 확대도 답은 아닌 듯합니다. 현실적으로 고교 간 격차가 있으니 내신 위주로 평가한다면 공정성과 변별력 측면에서 크게 반발하겠지요.

하나 분명한 사실은 입시의 공정성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란 겁니다. 수능이나 옛 학력고사 방식으로는 공정성을 얻는 대신 다른 많은 걸 포기해야 합니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입시 절차의 투명성 확보 전제 하에 다양한 능력을 평가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대입이 고교 문제의 핵심이긴 하지만 주객이 전도돼선 곤란합니다.

아마 수능 성적으로 줄 세우는 시대로 돌아가면 ‘대학’이 학생들 뽑기엔 편할 겁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고교’에서 참여형 수업이 가능한 대입 방식은 무엇인지, ‘학생’의 사고력과 인성을 기르는 데 보다 적절한 평가 방법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중학교 엄마가 알아야 할 입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이런 고민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여러 독자 분들의 다양한 의견 들어보고 싶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수학도 재밌다”는 이금수 중대부고 교사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요즘 학생들 가운데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많죠. EBS 수학 강사로 오래 활동했고 지금은 EBS 진로진학 전속 교사를 맡고 있는 이금수 선생님에게 수포자 탈출 팁을 들어봤습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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