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화면만 볼 수 있던 TV서 휘어지기까지…멈춤없는 TV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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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기자의 디지털 라테 <7>
부산 벡스코에서 지난 20~23일 열린 ‘2014 월드IT쇼·월드3D페어’ 현장을 취재했다. 이번 행사엔 340여개 업체가 참여해 모바일, 가전, 정보기술(IT)서비스, 3차원(3D) 등 다양한 기술을 뽐냈다.
전시장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오랜 시간 머무르게 한 곳은 역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한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등 대기업 부스였다. 이 중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신형 TV를 나란히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두 회사 모두 105인치 크기의 구부러진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UHD(초고화질) TV를 주력 상품으로 내놨다. 거대한 크기와 선명한 화질에 한 번 놀라고, 가격이 1억2000만원이란 말에 한 번 더 놀랐다.
◆ 3년 만에 ‘3D TV’에서 ‘커브드 TV’로
이 제품을 보면서 첨단 TV를 처음 취재했던 ‘2011 월드IT쇼’가 문득 떠올랐다. 당시 TV 업계의 화두는 3D TV였다. 3D TV 시청 방식을 두고 삼성전자의 셔터식과 LG전자의 편광식이 첨예하게 경쟁하던 때다. 당시 삼성전자는 전시장에 ‘세계 최대 크기의 75인치 3D 스마트TV’를 내놨다. LG전자도 질세라 ‘3D로 한판 붙자’란 구호를 내걸고 3D TV를 비롯 3D와 관련된 제품으로 부스를 채웠다. 전시한 스마트폰도 ‘옵티머스 3D’였다.
이번에 전시된 제품들과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난다. 화면 크기는 30인치가량 커졌고, 해상도 역시 풀HD(1920×1080픽셀)에서 UHD(4096×2160픽셀)로 4배가량 높아졌다. ‘커브드(curved) 디스플레이’ 덕분에 영상 몰입도도 뛰어났다.
단순히 하드웨어 성능만 비교했을 뿐인데 불과 3년 만에 이만한 발전이 이뤄졌다. 스마트TV 기능이 도입되면서 확장된 기능까지 고려한다면 변화의 폭은 훨씬 더 크다. 몇 년 뒤 TV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섣불리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 투명 디스플레이 vs 3D 홀로그램
평범한 사람이 아닌 TV 업계의 수장들은 TV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 2012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적 가전 전시회 IFA에서 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전시회장에서 볼 수 있던 건 아니다.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TV를 누가 최초로 상용화하는가를 두고 경쟁 중이었다. 두 회사 모두 신제품을 꽁꽁 숨겼다. 현장을 찾은 기자들로선 맥 빠지는 상황이었다.
전시회 기간 중 한국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겸한 간담회 자리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이 먼저 미래의 TV 모습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윤 사장이 상상한 것은 ‘투명 디스플레이’였다. 그는 “벽면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벽면 전체를 화면으로 쓸 수 있다”며 “색상과 패턴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커튼 같은 것도 필요없어진다”고 말했다.
다음날 열린 LG전자 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권희원 당시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A) 사업본부장(사장)은 전혀 다른 시각을 보였다. 그가 생각한 미래의 TV는 ‘홀로그램 TV’였다. 3D 홀로그램이 지금까지 TV에 써온 패널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대체한 새로운 모습의 TV다. 그는 “6~7년이면 3D 홀로그램이 상용화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 “6개월 지나면 TV는 시장에서 사라질 것”
물론 이들이 예상한 TV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전망한 TV 중 어떤 것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도 미지수다. TV는 흑백에서 컬러로, 저해상도에서 고해상도로, CRT(브라운관)에서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LCD(액정표시장치)를 지나 OLED로 진화해왔다. 과거 SF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사람들이 상상한 미래의 TV는 대부분 현실이 됐다.
미국 영화계 거물이었던 대릴 재넉은 20세기폭스 사장 시절인 1946년 “사람들은 매일 합판으로 만든 상자를 보는데 지겨움을 느낀다”며 “TV는 6개월 뒤 시장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로부터 7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TV는 집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3년 뒤에 마주하는 TV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전시장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오랜 시간 머무르게 한 곳은 역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한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등 대기업 부스였다. 이 중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신형 TV를 나란히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두 회사 모두 105인치 크기의 구부러진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UHD(초고화질) TV를 주력 상품으로 내놨다. 거대한 크기와 선명한 화질에 한 번 놀라고, 가격이 1억2000만원이란 말에 한 번 더 놀랐다.
◆ 3년 만에 ‘3D TV’에서 ‘커브드 TV’로
이 제품을 보면서 첨단 TV를 처음 취재했던 ‘2011 월드IT쇼’가 문득 떠올랐다. 당시 TV 업계의 화두는 3D TV였다. 3D TV 시청 방식을 두고 삼성전자의 셔터식과 LG전자의 편광식이 첨예하게 경쟁하던 때다. 당시 삼성전자는 전시장에 ‘세계 최대 크기의 75인치 3D 스마트TV’를 내놨다. LG전자도 질세라 ‘3D로 한판 붙자’란 구호를 내걸고 3D TV를 비롯 3D와 관련된 제품으로 부스를 채웠다. 전시한 스마트폰도 ‘옵티머스 3D’였다.
이번에 전시된 제품들과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난다. 화면 크기는 30인치가량 커졌고, 해상도 역시 풀HD(1920×1080픽셀)에서 UHD(4096×2160픽셀)로 4배가량 높아졌다. ‘커브드(curved) 디스플레이’ 덕분에 영상 몰입도도 뛰어났다.
단순히 하드웨어 성능만 비교했을 뿐인데 불과 3년 만에 이만한 발전이 이뤄졌다. 스마트TV 기능이 도입되면서 확장된 기능까지 고려한다면 변화의 폭은 훨씬 더 크다. 몇 년 뒤 TV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섣불리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 투명 디스플레이 vs 3D 홀로그램
평범한 사람이 아닌 TV 업계의 수장들은 TV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 2012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적 가전 전시회 IFA에서 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전시회장에서 볼 수 있던 건 아니다.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TV를 누가 최초로 상용화하는가를 두고 경쟁 중이었다. 두 회사 모두 신제품을 꽁꽁 숨겼다. 현장을 찾은 기자들로선 맥 빠지는 상황이었다.
전시회 기간 중 한국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겸한 간담회 자리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이 먼저 미래의 TV 모습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윤 사장이 상상한 것은 ‘투명 디스플레이’였다. 그는 “벽면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벽면 전체를 화면으로 쓸 수 있다”며 “색상과 패턴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커튼 같은 것도 필요없어진다”고 말했다.
다음날 열린 LG전자 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권희원 당시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A) 사업본부장(사장)은 전혀 다른 시각을 보였다. 그가 생각한 미래의 TV는 ‘홀로그램 TV’였다. 3D 홀로그램이 지금까지 TV에 써온 패널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대체한 새로운 모습의 TV다. 그는 “6~7년이면 3D 홀로그램이 상용화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 “6개월 지나면 TV는 시장에서 사라질 것”
물론 이들이 예상한 TV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전망한 TV 중 어떤 것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도 미지수다. TV는 흑백에서 컬러로, 저해상도에서 고해상도로, CRT(브라운관)에서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LCD(액정표시장치)를 지나 OLED로 진화해왔다. 과거 SF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사람들이 상상한 미래의 TV는 대부분 현실이 됐다.
미국 영화계 거물이었던 대릴 재넉은 20세기폭스 사장 시절인 1946년 “사람들은 매일 합판으로 만든 상자를 보는데 지겨움을 느낀다”며 “TV는 6개월 뒤 시장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로부터 7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TV는 집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3년 뒤에 마주하는 TV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