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12년 미국 시카고의 북미영상의학회(RSNA)에 전시한 디지털 엑스레이와 초음파 진단기기 등을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한경DB
삼성전자가 2012년 미국 시카고의 북미영상의학회(RSNA)에 전시한 디지털 엑스레이와 초음파 진단기기 등을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한경DB
삼성메디슨과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의 통합설은 진작부터 나왔다. 초음파진단기를 만드는 삼성메디슨과 디지털 엑스레이 및 체외진단기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는 떨어져 있는 것보다는 합쳤을 때 마케팅과 연구개발 등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GE 매출 40분의 1 삼성메디슨, 덩치 키운다
삼성은 얼마 전까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가 삼성메디슨을 흡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삼성메디슨이 인수 주체가 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룹 성장을 이끌 미래 먹거리로 의료기기사업을 키우려면, 거대 조직 삼성전자의 사업부가 아니라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가능한 삼성메디슨을 앞세우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메디슨은 앞으로 삼성전자의 또 다른 자회사인 넥서스(심장질환 진단기기)와 뉴로로지카(이동형 CT 장비)까지 흡수해 GE와 필립스, 지멘스 등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알짜 산업, 의료기기를 잡아라

의료기기는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5~6% 이상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3238억달러(약 343조원) 규모인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2018년에는 4500억달러(약 476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시장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앞으로 성장 잠재력도 높아 삼성은 진작부터 신수종 사업으로 점찍었다.

당초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의료기기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키워 10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2009년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신수종 사업 계획을 발표했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삼성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10년 안에 의료장비 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의료기기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09년 12월 의료기기사업 전담 HME(헬스·메디컬장비)사업팀 신설을 시작으로 2011년 4월 메디슨을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의료기기 사업을 본격화했다. 2012년 12월에는 의료기기사업부로 조직을 격상시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의료기기사업 영업권의 가치를 2012년(893억원) 대비 124% 증가한 1998억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GE와 필립스, 지멘스 등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좀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메디슨의 매출(지난해 기준)은 2507억원, 영업이익은 8억원에 불과하다. GE와 필립스, 지멘스의 의료기기사업 매출이 100억달러(약 10조5800억원) 이상인 것과는 큰 차이다.

○삼성메디슨, 제2의 삼성전자로

삼성은 빠른 추격을 위해 의료기기 사업의 외형부터 키우기로 했다. 다만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가 삼성메디슨을 흡수하는 방식이 아닌, 합병 주체로 둔 것은 의료기기 분야에 특화한 계열사를 키우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메디슨을 흡수 합병의 주체로 두는 게 빠른 의사결정과 강한 실행 등에서 유리할 것으로 봤다. 삼성메디슨을 제2의 삼성전자로 키워야 한다는 그룹 수뇌부의 의지가 담겼다는 관측도 있다.

통합 삼성메디슨에 앞으로 삼성전자의 또 다른 의료기기 관련 자회사들을 모두 합쳐 의료기기사업을 총괄하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삼성메디슨은 초음파진단기와 디지털 엑스레이, 체외진단기 등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의료기기 회사로 발돋움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