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전문 건설사들이 최근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용지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경기 양주 등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의 주택 용지도 잇따라 구입하고 있다. 당분간 분양 시장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건설사들이 택지를 구입한 지 보통 6개월 뒤부터 본격적인 아파트 분양에 나서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봄 분양시즌에도 분양 물량이 몰릴 전망이다. 일부 주택업체가 수십 개의 관계사를 동원해 편법적인 택지 입찰에 나서는 사례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택지 쓸어담는 주택전문업체

주택업체, 아파트 용지 쓸어담는다
28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초 이후 공급된 32개 택지지구 아파트 용지 중 28개를 주택전문업체와 그 관계사들이 낙찰받았다. 한신공영 중흥건설 EG건설 모아주택 등 4개 건설사가 확보한 택지가 17곳에 달했다.

중흥건설은 경기 양주 옥정, 화성 동탄2신도시, 시흥 배곧신도시, 전남 영암군 삼호지구 등에서 토지를 확보했다. 모아주택도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충남도청 이전지)와 세종시에서 공동주택지를 매입했고 EG건설도 내포신도시 등에서 아파트 용지를 사들였다. 한신공영도 시흥 배곧신도시와 목감지구 등에서 주택 용지를 구입했다. 동원개발 신동아건설 화성산업 근화건설 청광종합건설 등도 아파트 용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LH 관계자는 “의정부 민락2지구, 양주 옥정지구, 수원 호매실지구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수도권 외곽 택지까지 잇따라 팔려나가 지방에 이어 수도권 분양 시장까지 회복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최근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에서 공급한 3개 블록은 EG건설, 부영, 대방건설 등이 낙찰자로 선정됐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앞으로 대규모 신도시 개발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유망 택지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택 전문업체들이 일감 확보 차원에서 택지 구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도 분양물량 쏟아질 듯

주택건설 인허가에 큰 문제가 없는 대규모 택지 지구 내 용지는 보통 건설사가 낙찰받은 뒤 6개월 안팎에서 사용할 수 있다. 9~10월 중 입찰에 들어가 낙찰받았다면 내년 3~4월 아파트 분양이 가능하다. 주택업체들은 최근 신규 분양이 활기를 띠자 분양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건설사들이 이번에 집중적으로 사들인 주택 용지의 아파트 분양이 내년 초부터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근 택지 입찰에서 중견 주택업체들이 땅을 대거 가져가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이른바 ‘브랜드 아파트’ 분양 물량은 내년에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초 이후 대형 건설사가 확보한 택지는 두 곳에 그쳤다. GS건설이 경기 부천시 옥길지구 내 주상복합용지를, 인천 서창지구에서 대림산업이 LH와 공동으로 835가구를 짓는 사업권을 따낸 게 고작이다.

일각에선 수도권 공공주택용지 입찰 때 주택전문업체들이 관계사를 지나치게 많이 동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건설업체 등 관계사가 낙찰받으면 시행 이익 중 일정 비율을 나눠주고 사업권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한 대형 건설사 수주 담당 임원은 “택지지구 공동주택지 입찰 때마다 주택전문업체 3~4곳의 싸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며 “택지 과점으로 수요자의 선택권이 제약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