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부산을 찾아 “부산이 국제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다”며 “해운업과 금융산업을 조화시키면 머지않아 동북아 금융의 커다란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대도약] 외국사 입주 '0' 부산국제금융센터…말뿐인 '금융허브'
1년4개월이 지난 현재, ‘부산 금융허브론’의 핵심 건물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는 입주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입주사들을 보면 ‘국제금융’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농협중앙회,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자산관리공사, 수출입은행, 한국거래소 등 정부 지침에 따라 이전하는 공기업이 대부분이다. 외국계 금융사는 한 곳도 없다.

2년 전 개장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3개 오피스 빌딩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동은 입주율이 각각 99.5%, 78.6%로 사정이 낫지만 세 번째 동은 IBM 외에는 아직 입주사가 없어 공실률이 81.2%에 달한다.

동북아 금융허브론이 처음 나온 것은 2003년이다. 그러나 이때부터 10년간 한국의 금융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됐다. 금융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비중은 200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7.5%에서 지난해 7%로 줄었다. 작년 말 금융위원회가 이 수치를 10년 내 10%로 끌어올리겠다는 ‘10-10 밸류업’ 방안을 내놨지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외국 금융사들은 한국을 떠나고 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사는 1999년 46개에서 지난해 39개로 오히려 줄었다”며 “외국 금융사가 몰려들면서 600개 이상의 금융회사가 활동하고 있는 싱가포르와 대비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 ING생명, HSBC 소매금융부문 등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오 학회장은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의 꽃인 금융사가 싱가포르로 몰리면서 대학들이 따라 들어왔고, 경영대학원(MBA) 등이 발달하면서 임금이 올랐다”며 “싱가포르의 국민소득이 5만달러를 넘는 과정에서 핵심은 금융이지만 한국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금융허브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규제를 첫손에 꼽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도쿄, 상하이 등과 경쟁하기에도 버거운데 풀리지 않는 금융규제가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금융산업 자체의 역동성과 모험성보다는 안정적인 실물경제 지원을 강조하다 보니 다른 지역보다 규제가 심하다”며 “실물지원 성격도 물론 중요하지만 금융허브 성공을 위해서는 역동성을 살리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위원은 또 “서울 한 곳에 집중해도 비교우위를 가지기 힘든 상황에서 부산으로 갈라지면서 역량이 분산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