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엄마가 알아야 할 입시 ⑤] 중학생 때 수포자 되면 '대입 실패'
“수포자(수학 포기자) 단계 학생들은 대부분 눈으로 문제를 풀어요. 먼저 연필을 들어야죠. 연습장에 써 가면서 문제를 풀어야 과정이 손에 익습니다.”

EBS에서 10년 넘게 수학을 가르친 이금수 중대부고 교사(사진). 대뜸 수포자들의 잘못된 습관부터 꼬집는다. 손으로 문제를 풀어라. 어렵다고 손 놓지 말라. 유독 ‘손’을 강조하는 게 과정이 중요한 수학의 특성과 닮았다.

◆ 자존심 버리고 자신감 찾자

나는 어떻게 수포자가 되었나. 이 질문을 던져보는 게 우선이다.

학년이 올라간다. 어느 순간 문제가 안 풀린다. 숫자만 봐도 자신감을 잃는다. 어디부터 꼬인 건지 알 수 없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침내, 수학책을 들여다 볼 엄두가 안 난다.

수포자가 되는 아주 일반적인 과정이다. 그렇다면 역산해 가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이 교사가 말하는 수포자 탈출의 핵심 키워드는 자존심과 자신감이다.

우선 문제 수준에 대한 자존심 버리기. 초등학교 수준이면 어떤가. 수학은 단계별 학습이다. 그는 “중학교 수학이 어려우면 초등학교 수학에서 관련 단원을 찾아 공부하자. 기초부터 충실히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근차근 쉬운 단원부터 공부해 나가는 게 핵심이다. 그러다 보면 체계적 공부 습관과 함께 조금씩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붙는다.

이 교사는 “제일 만만한 단원의 문제를 선택해 연필로 써가면서 푸는 습관을 들여라. 이 습관을 어려운 단원으로 차츰 넓혀가는 방법이 필요하다” 며 “수학 성적이 하위권이라면 손쉬운 단원을 깊게 공부하고 어려운 단원은 기본개념 위주로 공부하는 것도 요령”이라고 귀띔했다.

◆ 수포자 되면 대입도 어렵다

중학교 수학과 고등학교 수학은 다르지 않다. 중학교 때 배우는 도형을 제외하면 유사한 단원들로 구성돼 있다. 깊이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하위 단계인 중학교 수학을 포기하면 고교 수학은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선행’, 즉 고교 수학 예습보다 중학교 수학 복습이 먼저다. 이 교사는 “중학교 수학을 철저히 공부해 상위 단계인 고교 수학에서의 성적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중학교 때 수포자가 되면 대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르면 현재 중3 학생들부터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시행돼 ‘수학 포기=대입 실패’ 공식이 통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 교사는 “아직 수능이 어떻게 바뀔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영어의 절대평가 전환은 기정사실이고 국어도 쉽게 출제될 전망” 이라며 “결국 관건은 수학이다. 수학이 대학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학에 대한 부정적 경험 극복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는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두렵고 쓸모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이미지가 있는 한 수포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며 “일부러라도 수학이 재밌다. 나는 잘할 수 있다고 마인드 컨트롤 하라”고 덧붙였다.

◆ "기초부터 꾸준히, 여러 번"

첫째, 공부 습관부터 길러라. 둘째, 교과서 기본개념을 단원별로 정리하고 예제 문제를 반복해 풀어본다. 셋째, 문제집 여러 권보다는 한 권을 여러 번 풀자. 넷째, 자신 있는 단원을 깊게 파라. 다섯째, 매일 조금씩 꾸준히 공부한다. 여섯째, 문제풀이 노트로 체계적 습관을 들이자.

수포자 탈출을 바라는 이 교사의 몇 가지 맞춤학습법 제안이다. 변화는 특별한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뻔한 내용을 기초부터 꾸준히, 여러 번 반복하며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는 “수능에선 100분 동안 수학 시험을 본다. 적어도 50분간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습관부터 익혀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 △ X 등으로 표시해놓고 두 번째 풀 때부터는 △나 X 표시 위주로 공부하면 의외로 시간이 적게 걸리고 자신감이 생긴다”고도 말했다.

현재 중학생들이 치르는 대입 전형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이 교사는 공교육 쪽에서 대입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단에서 오래 활동했으며 지금은 EBS 진로진학 담당 전속 교사를 맡고 있다.

그는 “논술, 면접, 적성검사 등 대학별 고사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다. 수시모집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입학사정관제)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며 “중학교 때부터 학생부 내신 관리와 학교활동 습관이 몸에 배도록 연습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수능은 ‘EBS 70% 연계’ 방침이 계속될 것이므로 여기에 포인트를 맞출 필요가 있다. 이 교사는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연계됐는지 항상 염두에 두고 개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답을 맞히고 틀리는 것 못지않게 ‘왜 그게 정답이 아닐까’, ‘나라면 어떻게 변형시켜 출제할까’ 등을 생각하면서 깊이 있게 공부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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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자는 전주에 위치한 전국단위선발 자율형사립고인 상산고입니다.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씨가 설립한 학교로 주목받았죠. 올해 입시에서 집단면접을 새로 도입하고 면접 비중이 높아진 게 눈에 띄는 변화라는군요.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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