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는 '9·11 설계' 적용된 초고층 빌딩"
“2001년 ‘9·11 테러’ 이후 초고층 건물 안전기준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비행기 날개를 빌딩 기둥과 충돌시켜 견디는 실험도 했어요. 롯데월드타워에도 이른바 ‘9·11 기준’이 적용됐습니다.”

국내 최고 123층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설계를 담당한 미국 KPF의 제임스 클렘퍼러 사장(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홍보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계적으로 초고층 빌딩 경쟁이 벌어지면서 건물 안전 문제가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KPF는 세계 초고층 빌딩 설계 시장을 또 다른 미국 설계업체인 SOM과 양분하고 있다. ‘333 웨스트 웨커 드라이브’(미국 시카고), ‘롯폰기힐스’(일본 도쿄), ‘국제금융센터’(중국 상하이) 등이 KPF의 작품이다.

▷잠실이 초고층 건물짓기에 적합한가.

“뉴욕은 지하층에 암반이 많아 고층 건물을 짓기 쉽다. 반면 상하이는 지하 500m까지 내려가야 암반이 나오는 등 초고층 건물 입지로는 최악이다. 하지만 상하이에 고층 건물이 즐비하다. 서울은 뉴욕과 상하이의 중간이다.”

▷롯데월드타워의 구조 안전 수준은.

“이 건물은 8개 기둥으로 이뤄져 있다. 단면적이 3.5㎡인 사각형 형태의 콘크리트스틸(철재) 구조물이다. 9·11 테러 이후 강화된 고층 건물의 안전 기준에 따라 구상한 기둥이다. 비행기 날개 충돌에 따른 화재뿐 아니라 바람, 지진 등에도 견딜 수 있다.”

▷한국적인 미를 담았다는데.

“궁전의 지붕, 고려자기, 불국사의 탑 등 한국적인 것에서 모티브를 찾았다. 크고 튼튼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부드러운 한국적인 미를 담고 싶었다. 뉴욕에서 서울 사무소와 연락하고 서울 사무소에서는 롯데와 만나서 협의하는 등 5년간 연구한 결과물이다.”

▷롯데월드타워의 차별점은.

“일반적으로 초고층 건물은 업무와 유통 등 두세 가지 기능만 담고 있다. 하지만 롯데월드타워는 대중교통환승·유통·업무·컨벤션·호텔·주거·엔터테인먼트 등 7~8개 복합적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일종의 ‘수직도시’다.”

▷초고층 빌딩 글로벌 경쟁 이어질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높이 1000m 건물을 짓는다고 한다. 얼마나 높이 올라가느냐는 숫자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자연스럽게 서로 뒤섞이는 지상층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이현진/김진수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