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4] 김용 "한국, 연공서열보다 아이디어로 보상받는 환경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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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계銀, 교육혁신 심포지엄
"지속가능한 성장하려면 여성 잠재력 끌어내야
한국이 위계질서 타파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지속가능한 성장하려면 여성 잠재력 끌어내야
한국이 위계질서 타파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나이와 성별에 얽매인 경직된 위계질서를 허물어뜨려야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다음 세대에 사회·경제적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한국에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제시한 해법이다. 4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세계은행 교육혁신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 총재는 ‘창조경제를 위한 한국 교육의 혁신’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한국인은 과거 50년간 세계가 주목하는 발전을 이뤘다”며 “이제 학생, 여성, 청년이 자신의 잠재된 창의력을 십분 발휘하고 경제 전반에 걸쳐 생각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치열한 입시 경쟁이 투지와 같은 자질을 키워주지만 지나친 경쟁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오히려 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지능 같은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투지·성실 등 비인지적 능력을 고르게 발달시키는 교육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김 총재는 5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4’ 개회식에선 ‘사회 통합과 신뢰 구축을 위한 발전 전략’을 주제로 연설한다.
경직된 위계질서 허물어야 지속 성장
김 총재는 “한국은 여성의 엄청난 생산 능력과 창의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15~64세 인구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 비중은 56%, 남성은 78%다. 한국 여성은 남성에 비해 37% 정도 적은 임금을 받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남녀 임금 격차다. 그는 “좀 더 많은 여성을 노동시장에 편입한다면 한국은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 연구에 따르면 남녀 간 노동시장 참여도 격차를 줄일 경우 향후 20년간 국내총생산(GDP)이 연 0.6%씩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나이와 연공서열로 굳어진 위계질서도 창조경제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김 총재는 “2002년 월드컵에서 FIFA 랭킹 42위인 한국이 4위를 차지한 것은 바로 나이, 학연, 지연이 아닌 능력만으로 선수를 선발한 결과”라며 “이런 상식이 한국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이든 정부든 위계질서를 허물어뜨리는 일이 어렵지만 이는 21세기 경쟁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낼 의지가 있는지를 보는 가늠자”라며 “한국이 위계질서를 타파하는 데서 세계를 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직장에서는 위계질서가 아닌 아이디어로 보상하는 근무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젊은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신뢰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열리고 포용적인 직장문화를 만들어 위계질서가 아닌 아이디어로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음 네이버 SK텔레콤 등은 젊은 직원들의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있으며, CJ는 여성 근로자를 활용하는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인지·비인지적 능력이 균형 이뤄야
김 총재는 21세기 인재에게는 지능지수(IQ) 같은 인지적 능력 못지않게 투지 같은 비인지적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두 가지를 골고루 발달시킨다면 한층 더 탄탄하고 창조적인 경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김 총재는 1959년 한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갔다. 1984년 24세에 연구원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한국의 사회생활 규칙과 규범은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고 정확했다”며 “이런 것들이 한국 젊은이들의 공감, 자신감, 소통, 인내력, 투지 같은 비인지적 능력을 길러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이런 비인지적인 능력과 인지적인 기술을 모두 갖췄을 때 사회에 잘 적응하고 성공을 거둔다”며 “이런 인지적, 비인지적 기술의 결합이 창의성을 증진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투지를 한국인의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투지란 열정을 갖고 부단히 노력해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비판도 많지만 한국의 치열한 입시 경쟁이 투지를 계발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국의 교육체계는 지나친 경쟁으로 과중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학생은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언제나 높은 점수를 얻지만 학교 생활은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며 “학교에서 인지능력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사이 비인지적 영역을 배울 기회를 잃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학생들이 관심이나 적성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지 못하고, 열정과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촉망받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게 한국 교육의 큰 취약점이라고 했다.
김 총재는 “교육에 투자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 덜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부모들도 자녀에게 좋은 학습 습관을 만들고 열정을 추구할 시간을 주라”고 제안했다.
허란/이현진 기자 why@hankyung.com
다음 세대에 사회·경제적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한국에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제시한 해법이다. 4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세계은행 교육혁신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 총재는 ‘창조경제를 위한 한국 교육의 혁신’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한국인은 과거 50년간 세계가 주목하는 발전을 이뤘다”며 “이제 학생, 여성, 청년이 자신의 잠재된 창의력을 십분 발휘하고 경제 전반에 걸쳐 생각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치열한 입시 경쟁이 투지와 같은 자질을 키워주지만 지나친 경쟁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오히려 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지능 같은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투지·성실 등 비인지적 능력을 고르게 발달시키는 교육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김 총재는 5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4’ 개회식에선 ‘사회 통합과 신뢰 구축을 위한 발전 전략’을 주제로 연설한다.
경직된 위계질서 허물어야 지속 성장
김 총재는 “한국은 여성의 엄청난 생산 능력과 창의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15~64세 인구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 비중은 56%, 남성은 78%다. 한국 여성은 남성에 비해 37% 정도 적은 임금을 받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남녀 임금 격차다. 그는 “좀 더 많은 여성을 노동시장에 편입한다면 한국은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 연구에 따르면 남녀 간 노동시장 참여도 격차를 줄일 경우 향후 20년간 국내총생산(GDP)이 연 0.6%씩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나이와 연공서열로 굳어진 위계질서도 창조경제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김 총재는 “2002년 월드컵에서 FIFA 랭킹 42위인 한국이 4위를 차지한 것은 바로 나이, 학연, 지연이 아닌 능력만으로 선수를 선발한 결과”라며 “이런 상식이 한국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이든 정부든 위계질서를 허물어뜨리는 일이 어렵지만 이는 21세기 경쟁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낼 의지가 있는지를 보는 가늠자”라며 “한국이 위계질서를 타파하는 데서 세계를 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직장에서는 위계질서가 아닌 아이디어로 보상하는 근무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젊은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신뢰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열리고 포용적인 직장문화를 만들어 위계질서가 아닌 아이디어로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음 네이버 SK텔레콤 등은 젊은 직원들의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있으며, CJ는 여성 근로자를 활용하는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인지·비인지적 능력이 균형 이뤄야
김 총재는 21세기 인재에게는 지능지수(IQ) 같은 인지적 능력 못지않게 투지 같은 비인지적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두 가지를 골고루 발달시킨다면 한층 더 탄탄하고 창조적인 경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김 총재는 1959년 한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갔다. 1984년 24세에 연구원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한국의 사회생활 규칙과 규범은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고 정확했다”며 “이런 것들이 한국 젊은이들의 공감, 자신감, 소통, 인내력, 투지 같은 비인지적 능력을 길러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이런 비인지적인 능력과 인지적인 기술을 모두 갖췄을 때 사회에 잘 적응하고 성공을 거둔다”며 “이런 인지적, 비인지적 기술의 결합이 창의성을 증진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투지를 한국인의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투지란 열정을 갖고 부단히 노력해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비판도 많지만 한국의 치열한 입시 경쟁이 투지를 계발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국의 교육체계는 지나친 경쟁으로 과중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학생은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언제나 높은 점수를 얻지만 학교 생활은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며 “학교에서 인지능력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사이 비인지적 영역을 배울 기회를 잃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학생들이 관심이나 적성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지 못하고, 열정과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촉망받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게 한국 교육의 큰 취약점이라고 했다.
김 총재는 “교육에 투자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 덜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부모들도 자녀에게 좋은 학습 습관을 만들고 열정을 추구할 시간을 주라”고 제안했다.
허란/이현진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