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대장용종 있다면 3년마다 내시경…女, 55세 넘으면 폐CT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지만 어떤 검사항목을 올해 추가할지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과잉검진에 대한 논란도 있다. 오죽했으면 한 예방의학 전문의는 ‘종합건강검진 함부로 받지 마라’는 책을 펴내기까지 했을까. 오진 가능성이 높고 불필요한 검진 항목이 많아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대다수 전문의들은 무조건 비싸고 검진항목이 많은 종합검진프로그램을 선택할 게 아니라, 병력과 가계력 등을 따져 위험한 쪽을 좀 더 자세히 살피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연령·가족력 꼼꼼히 따져야

男, 대장용종 있다면 3년마다 내시경…女, 55세 넘으면 폐CT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기 위해 어떤 항목을 언제 검사해야 하는지 알기란 쉽지 않다. 의학적인 전문지식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 검진기관들이 내 상황에 맞는 검진항목을 찾기 위한 상담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매년 검진을 제공받는 직장인들도 주어진 검진항목에 안 받아본 검사 1~2개를 막연히 추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문의들은 검사받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검사항목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윤방부 대전선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은 “연령과 성별, 가족력, 현재 앓고 있는 질환, 생활습관 등을 고려해야 꼭 필요한 검사항목을 결정할 수 있다”며 “이는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검진방법인 동시에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중년 남성, 위내시경·폐CT·간초음파

남성은 40대 이후부터 건강검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국내 성인 남성의 암 발생률 1~4위를 차지하는 위암·대장암·폐암·간암 검사는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5년에 한 번꼴로 권고되는 대장암을 발견하기 위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매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대장내시경도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용종이 발견됐다면 3년마다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차충근 차움 검진센터장이 방사선 피폭량을 최대 80% 줄인 최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고 있는 환자에게 ‘방사선량 관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차움 제공
차충근 차움 검진센터장이 방사선 피폭량을 최대 80% 줄인 최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고 있는 환자에게 ‘방사선량 관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차움 제공
차충근 차움 검진센터장은 “암 조기 발견을 위해 혈액검사와 위내시경, 폐 컴퓨터단층촬영(CT), 간초음파는 매년 받아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간암 검사는 과음이 잦거나 B·C형 간염을 보유한 고위험군이라면 연말 정기검진을 활용해 검사를 받도록 한다. 60대 이상 남성이라면 전립선암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55세부터 매년 검사항목에 전립선 검사를 포함하는 것이 좋다.

男, 대장용종 있다면 3년마다 내시경…女, 55세 넘으면 폐CT
특정 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더불어 신경 써야 하는 검사도 있다. 위암과 대장암이 대표적이다. 김덕우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위암과 대장암은 발병 원인이 비슷한데, 식습관·운동부족·흡연 같은 생활습관 때문”이라며 “가족 중 위암환자가 있다면 다른 가족들도 대장암 검사를 함께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상우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위에 결절(혹)이 있거나 위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416명을 분석한 결과 대장암 전 단계인 용종 발생이 일반인보다 34%나 높았다.

이 교수는 “위와 대장은 암이 동시에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위내시경에서 용종이 발견되면 악성이 아니더라도 추가로 대장내시경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권했다.

55세 이상 여성, 뇌혈관질환 주의

40대 이상 여성에게서 가장 흔한 암은 갑상샘·유방·위·대장암 순이다. 매년 갑상샘과 유방암, 위암에 대한 검사 항목을 빼놓지 말아야 하고, 대장암은 남성과 동일한 주기를 적용하면 된다.

유방암 검사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엑스선 촬영과 초음파가 있는데, 두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 달라 두 가지 모두 받아보는 게 좋다.

차 센터장은 “35세 미만 여성은 엑스선이 오히려 유방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수유 중인 여성 또한 엑스선 촬영을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60세 이상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높아지는 암은 폐암이다. 남성과 달리 흡연을 하지 않는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느린 속도로 진행돼 발견하지 못하고 암을 키우는 경우가 잦다.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55세부터 매년 폐CT를 해보는 것이 좋다.

뇌혈관 및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검사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차 센터장은 “여성은 암보다 심장이나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다”며 “비만, 높은 중성지방, 당뇨 등 위험인자가 있다면 매년, 없다면 3년 주기로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도움말=윤방부 대전선병원 국제진료센터장,차충근 차움 검진센터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