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새 가동률 절반…얼어붙은 반월염색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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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의류공장 해외이전 여파
단지 내 직원 2000명 줄어
의류공장 해외이전 여파
단지 내 직원 2000명 줄어
짙은 구름이 내려앉은 지난 6일. 경기 안산 반월염색단지는 날씨만큼이나 가라앉아 있었다. 불황이 이곳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강선규 반월염색사업조합 전무는 “3년 전만 해도 인력 쟁탈전을 벌일 정도로 경기가 좋았던 이곳의 공장가동률은 현재 겨우 5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해 야근과 휴일 근무를 자주 하고 경쟁사 직원 빼 오기 경쟁마저 심했던 때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다. 200여명의 직원을 둔 중견 염색업체 한곳이 최근 부도를 내면서 이곳 분위기는 더 냉랭해졌다.
반월염색단지는 서울 영등포와 뚝섬 등에 흩어져 있던 염색업체들이 1983년 이곳으로 옮겨오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협동화 사업을 통해 ‘물 재생 센터’가 들어서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60만㎡ 부지에 들어선 염색단지 입주기업은 염색업체 66개, 관련 기자재업체 9개 등 모두 75개다. 염색 종류별로는 화섬직물이 17곳, 니트 12곳, 날염 11곳, 면직물 6곳, 사염 4곳, 재봉사 및 견직물 각각 3곳, 기타 19곳이다. 타깃 리즈클레이본 월마트 등 세계적인 의류 바이어들이 의류생산업체에 이곳에서 염색하도록 요구할 정도로 명성이 대단한 곳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3년 전 8000명에 육박했던 직원 수는 지금 6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가동률이 떨어진 탓이다. 국내 의류업체의 해외 이전으로 염색 수요가 격감했다.
국내 중견 의류업체 관계자는 “연간 수억달러어치의 옷을 수출하는 국내 의류업체들이 공장을 대부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면서 국내 염색 수요가 줄었다”며 “동남아에 염색공장을 지으면서 국내 업체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고 말했다.
동남아 염색업체들의 기술 수준도 좋아졌다. 기능성의류원단을 생산하는 K사장은 “일반 염색이든 날염이든 동남아업체의 염색 수준은 한국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각종 규제 때문에 업종을 약간 변경하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점도 부담이다. 강 전무는 “일반 염색 수요는 줄어도 날염 오더는 늘어난 업체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해당 기업은 일반 염색시설을 날염으로 바꿀 수 없을 만큼 규제가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며 “이런 규제를 풀어달라고 정부에 수없이 건의했지만 응답이 없다”고 말했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것을 전제로 염색산업 규제를 줄이고 뿌리산업으로 지정해 종합적인 발전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섬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뿌리산업진흥 및 첨단화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주조 금형 등 6개 분야 뿌리산업에 염색도 넣어 첨단염색기법 개발 등 한국의 특화된 염색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 같은 염색 선진국이 자기만의 영역을 확고히 굳히고 있는 것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경찬 벤텍스 사장은 “염색업체들이 의류업체와 함께 개성공단에서 수직계열화할 수 있다면 제2의 르네상스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산=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강선규 반월염색사업조합 전무는 “3년 전만 해도 인력 쟁탈전을 벌일 정도로 경기가 좋았던 이곳의 공장가동률은 현재 겨우 5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해 야근과 휴일 근무를 자주 하고 경쟁사 직원 빼 오기 경쟁마저 심했던 때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다. 200여명의 직원을 둔 중견 염색업체 한곳이 최근 부도를 내면서 이곳 분위기는 더 냉랭해졌다.
반월염색단지는 서울 영등포와 뚝섬 등에 흩어져 있던 염색업체들이 1983년 이곳으로 옮겨오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협동화 사업을 통해 ‘물 재생 센터’가 들어서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60만㎡ 부지에 들어선 염색단지 입주기업은 염색업체 66개, 관련 기자재업체 9개 등 모두 75개다. 염색 종류별로는 화섬직물이 17곳, 니트 12곳, 날염 11곳, 면직물 6곳, 사염 4곳, 재봉사 및 견직물 각각 3곳, 기타 19곳이다. 타깃 리즈클레이본 월마트 등 세계적인 의류 바이어들이 의류생산업체에 이곳에서 염색하도록 요구할 정도로 명성이 대단한 곳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3년 전 8000명에 육박했던 직원 수는 지금 6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가동률이 떨어진 탓이다. 국내 의류업체의 해외 이전으로 염색 수요가 격감했다.
국내 중견 의류업체 관계자는 “연간 수억달러어치의 옷을 수출하는 국내 의류업체들이 공장을 대부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면서 국내 염색 수요가 줄었다”며 “동남아에 염색공장을 지으면서 국내 업체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고 말했다.
동남아 염색업체들의 기술 수준도 좋아졌다. 기능성의류원단을 생산하는 K사장은 “일반 염색이든 날염이든 동남아업체의 염색 수준은 한국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각종 규제 때문에 업종을 약간 변경하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점도 부담이다. 강 전무는 “일반 염색 수요는 줄어도 날염 오더는 늘어난 업체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해당 기업은 일반 염색시설을 날염으로 바꿀 수 없을 만큼 규제가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며 “이런 규제를 풀어달라고 정부에 수없이 건의했지만 응답이 없다”고 말했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것을 전제로 염색산업 규제를 줄이고 뿌리산업으로 지정해 종합적인 발전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섬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뿌리산업진흥 및 첨단화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주조 금형 등 6개 분야 뿌리산업에 염색도 넣어 첨단염색기법 개발 등 한국의 특화된 염색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 같은 염색 선진국이 자기만의 영역을 확고히 굳히고 있는 것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경찬 벤텍스 사장은 “염색업체들이 의류업체와 함께 개성공단에서 수직계열화할 수 있다면 제2의 르네상스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산=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