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 기자
이현진 기자
서울 남부순환로, 방배체육공원 등과 붙어 있는 ‘서초구 마지막 미개발지’ 성뒤마을 개발 여부를 놓고 서울시와 서초구가 맞붙었다. 서초구는 이곳을 체계적으로 관리·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서울시는 계속 녹지 상태로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8년 이곳을 ‘글로벌 타운’으로 개발하기로 방침을 정했던 서초구가 서울시와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성뒤마을엔 고물상과 무허가 주택이 빼곡히 들어섰다.

도로 등 기반시설과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출 수 없어 화재 등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견해차 못 좁히는 서울시와 서초구

11일 찾은 성뒤마을에는 무허가 주택과 13곳의 고물상, 자재야적장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었다. 이곳에는 현재 156가구, 280명이 살고 있다. 전체 207동의 건물 가운데 허가를 받은 건물은 20동이고, 나머지는 무허가 건물이다. 개발이 추진되지 못한 건 이곳이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돼 있어서다. 도시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미래 도시용지 공급을 위해 보전할 필요가 있을 경우 광역자치단체는 자연녹지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 불가피한 상황일 땐 제한적으로 개발을 허용하기도 한다.
'서초 마지막 노른자땅' 방배동 판자촌 성뒤마을 놓고 갈등
서초구는 성뒤마을 관리를 위해 공영개발을 추진해왔다. 그냥 놔두면 난개발 우려가 있고 서울 지하철 2·4호선 사당역과 가까워 부동산 잠재가치도 높다는 판단에서다.

서초구는 2008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곳을 ‘글로벌 타운’으로 개발키로 했다. 하지만 2011년 LH가 사업구조를 손보는 과정에서 사업이 취소됐다. 2012년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성뒤마을 도시개발계획 용역을 추진했지만, 2013년 8월 SH공사 이사회에서 용역을 중단시켰다. 녹지 보전이 이유였다.

공영개발이 무산되자 서초구는 이곳을 자연녹지구역으로 유지하는 한편 체계적인 개발을 위해 지난해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신청했다. 그러나 작년 말 서울시 사전심의에서 부결됐다. 이어 재상정한 2014년도 지구단위계획 수립안도 지난 7일 부결됐다. 이 역시 “자연녹지지역에 지구단위계획을 세운 선례가 없고 자연녹지지역은 보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제2구룡마을 가능성

개발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지자 여기저기서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남부순환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있는 방배 래미안 주민들은 성뒤마을에서 나오는 소음과 먼지 등에 대해 불편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난개발이 계속되면 마을 전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가 더 어렵게 된다”며 “이미 녹지지역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방치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도로나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미비해 재난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곳은 2011년 우면산 산사태가 났을 때 피해를 입은 지역이지만 현재로선 물길을 만드는 것 외에 다른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 마을 사이사이에 불법으로 난 길은 좁아서 소방차가 들어올 수도 없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지난 9일 일어난 개포동 구룡마을 화재사건이 성뒤마을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화재와 누전에 주의하라고 순찰을 돌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발을 하려면 지구단위계획의 상위 기본계획에 (개발이) 반영돼야 한다”며 “시 입장에서는 자연녹지지역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녹지가 훼손됐다면 개발보다 복구가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