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번호 몰라도 돈 부칠 수 있는 카카오뱅크…공인인증서 벽은 아직 높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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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기자의 디지털 라테 <10>
다음카카오가 지난 11일 새롭게 내놓은 전자지갑 서비스 ‘뱅크월렛 카카오’를 스마트폰에 설치했다. 은행 계좌를 등록한 뒤 몇 차례 보안절차를 거쳐 이용할 수 있었다. 계좌에 있는 돈을 뱅크월렛 카카오에 충전하고 이 돈을 카카오톡 이용자에게 쉽게 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여럿이 식사한 뒤 한 사람이 대표로 계산하고 나머지 사람이 돈을 보내주는 등의 소액 송금에 유용해 보였다.
◆뱅크월렛 카카오, 애플페이 등장
소액 송금은 굳이 ‘뱅크월렛 카카오’가 아니더라도 가능하다. 대다수 사람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편의성에서 차이가 크다. 모바일 뱅킹은 송금하려면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알아야 하고 통장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모두 입력해야 한다. 반면 ‘뱅크월렛 카카오’는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찾은 뒤 송금을 위해 설정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끝이다. 아직은 무료인 송금 수수료가 추후 얼마로 결정되는가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접근성과 편의성을 놓고 보면 이 서비스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에서 다음카카오가 뱅크월렛 카카오를 선보이기 앞서 미국에선 애플이 ‘애플페이’를 내놨다.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을 내장한 신형 아이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신용카드를 아이폰에 등록해 놓으면 상점에서 카드를 내는 대신 결제 단말기에 아이폰을 대고 홈버튼의 지문인식 장치로 본인 인증만 하면 된다. 아직 한국에서 만든 카드를 등록하기 쉽지 않지만 조만간 서비스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뱅크월렛 카카오’나 ‘애플페이’처럼 주목을 받는 서비스나 ‘스마트 뱅킹’처럼 이미 성공한 서비스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이전보다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 결제 분야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가령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선 ‘냅스터’, 한국에선 ‘소리바다’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둘 다 음원파일을 공짜로(불법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지금은 유료로 음원을 다운로드하거나 스트리밍해 음악을 듣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공짜로 음악을 들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도 있겠지만 돈을 내고 음악을 듣는 쪽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인류를 둘러싼 대부분의 이기(利器)는 쉽고 편한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뱅크월렛 카카오 속 공인인증서
이런 발전 방향이 규제란 장애물을 만나면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한다. 전자 금융과 관련된 대표적 사례는 단연 ‘공인인증서’ 제도. 누구나 은행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기 위해 알 수 없는 프로그램을 잔뜩 설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오’를 누르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예’를 눌러야만 하는 그런 경험 말이다.
공인인증서 사용과 이를 위한 보안프로그램 설치는 법적으로 강제된 것이다. 1999년 7월 전자서명법 시행과 함께 도입된 것으로 당시만 해도 높은 안전성을 자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낡은 제도가 됐고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을 고립시키는 데 일조했다. 지난달 공인인증서의 의무 사용이 폐지됐지만 당장 다른 대안이 없어 쉽사리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뱅크월렛 카카오’의 기능을 더 찾아보던 중 예상치 못한 공인인증서와 맞닥뜨리게 됐다. 이 서비스의 주요 기능은 송금과 오프라인 결제다. 오프라인 결제 수단으로 쓰려면 뱅크머니 NFC나 모바일 현금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뱅크월렛 웹사이트에 접속해야 한다. 궁금한 마음에 크롬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자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위해 자바 플러그인을 설치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익스플로러로 다시 접속하자 이번엔 액티브X를 설치하라며 몇 초에 한 번씩 안내창이 계속 뜬다. 그다음에 필요한 절차는 공인인증서 등으로 본인 인증을 하는 것이었지만 여기에서 설치하려던 마음을 접었다.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뱅크월렛 카카오’ 서비스가 금융결제원이 만든 ‘뱅크월렛’에 카카오톡을 접목한 것이어서다. 결국 한국 전자금융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제도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셈이다. 애플이 중국 최대 오픈마켓 서비스 알리바바와 손잡고 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란 소식이 더 심상찮게 들리는 이유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뱅크월렛 카카오, 애플페이 등장
소액 송금은 굳이 ‘뱅크월렛 카카오’가 아니더라도 가능하다. 대다수 사람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편의성에서 차이가 크다. 모바일 뱅킹은 송금하려면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알아야 하고 통장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모두 입력해야 한다. 반면 ‘뱅크월렛 카카오’는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찾은 뒤 송금을 위해 설정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끝이다. 아직은 무료인 송금 수수료가 추후 얼마로 결정되는가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접근성과 편의성을 놓고 보면 이 서비스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에서 다음카카오가 뱅크월렛 카카오를 선보이기 앞서 미국에선 애플이 ‘애플페이’를 내놨다.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을 내장한 신형 아이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신용카드를 아이폰에 등록해 놓으면 상점에서 카드를 내는 대신 결제 단말기에 아이폰을 대고 홈버튼의 지문인식 장치로 본인 인증만 하면 된다. 아직 한국에서 만든 카드를 등록하기 쉽지 않지만 조만간 서비스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뱅크월렛 카카오’나 ‘애플페이’처럼 주목을 받는 서비스나 ‘스마트 뱅킹’처럼 이미 성공한 서비스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이전보다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 결제 분야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가령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선 ‘냅스터’, 한국에선 ‘소리바다’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둘 다 음원파일을 공짜로(불법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지금은 유료로 음원을 다운로드하거나 스트리밍해 음악을 듣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공짜로 음악을 들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도 있겠지만 돈을 내고 음악을 듣는 쪽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인류를 둘러싼 대부분의 이기(利器)는 쉽고 편한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뱅크월렛 카카오 속 공인인증서
이런 발전 방향이 규제란 장애물을 만나면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한다. 전자 금융과 관련된 대표적 사례는 단연 ‘공인인증서’ 제도. 누구나 은행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기 위해 알 수 없는 프로그램을 잔뜩 설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오’를 누르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예’를 눌러야만 하는 그런 경험 말이다.
공인인증서 사용과 이를 위한 보안프로그램 설치는 법적으로 강제된 것이다. 1999년 7월 전자서명법 시행과 함께 도입된 것으로 당시만 해도 높은 안전성을 자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낡은 제도가 됐고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을 고립시키는 데 일조했다. 지난달 공인인증서의 의무 사용이 폐지됐지만 당장 다른 대안이 없어 쉽사리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뱅크월렛 카카오’의 기능을 더 찾아보던 중 예상치 못한 공인인증서와 맞닥뜨리게 됐다. 이 서비스의 주요 기능은 송금과 오프라인 결제다. 오프라인 결제 수단으로 쓰려면 뱅크머니 NFC나 모바일 현금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뱅크월렛 웹사이트에 접속해야 한다. 궁금한 마음에 크롬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자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위해 자바 플러그인을 설치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익스플로러로 다시 접속하자 이번엔 액티브X를 설치하라며 몇 초에 한 번씩 안내창이 계속 뜬다. 그다음에 필요한 절차는 공인인증서 등으로 본인 인증을 하는 것이었지만 여기에서 설치하려던 마음을 접었다.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뱅크월렛 카카오’ 서비스가 금융결제원이 만든 ‘뱅크월렛’에 카카오톡을 접목한 것이어서다. 결국 한국 전자금융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제도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셈이다. 애플이 중국 최대 오픈마켓 서비스 알리바바와 손잡고 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란 소식이 더 심상찮게 들리는 이유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