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교보생명과 중국 안방보험이 우리은행 경영권(지분 30%) 인수 후보로 ‘부적격’하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입찰을 앞두고 인수 후보에 대한 자격 제한에 나서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18일 “교보생명과 안방보험이 오는 28일 예정된 예비입찰에 참여해 유효 경쟁이 성립하더라도 우리은행 인수를 승인하기 어렵다는 뜻을 금융당국이 최근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두 회사 모두 인수 후보로 적합하지 않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정부가 인수 후보의 자격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교보생명과 안방보험이 우리은행 인수 주체로서 결격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교보·中 안방보험 인수땐 특혜·국부유출 논란 불거질까 우려

금융당국은 신창재 회장이 대주주인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특혜 시비를 우려하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지분 4%)하고 있는데, 개인 대주주에게 넘길 경우 정치권과 금융권 안팎에서 큰 논란이 제기될 것이란 판단이다.

중국 안방보험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국부 유출 논란을 의식하고 있다. 기업금융 비중이 큰 우리은행을 중국 회사에 넘기면 대기업 정보가 상당수 새나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봤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은 사실상 물 건너갈 공산이 커졌다. 교보생명과 안방보험 등을 제외하면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어서다. 정부는 내년에 다시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9월 우리은행 매각 공고를 낼 당시 개인 대주주가 있는 금융사나 외국 자본 등에 대한 자격 제한을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8일 이사회에서 예비입찰 참여여부를 정할 예정이던 교보생명은 최종 결정을 유보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입찰 참여여부와 참여 시 인수가격 및 수량 등을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가 최종 결정하도록 위임했다”며 “최종 결정은 예비입찰일에 임박해서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이사회에서는 예비입찰에 참여할 경우에 제시할 가격범위 수량범위 등의 가이드라인만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경영위원회는 신 회장을 비롯해 사내외 인사 4~5명으로 구성돼 있다.

장창민/박종서/박신영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