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성이 서울대병원에서 골밀도 스캔검사를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50대 남성이 서울대병원에서 골밀도 스캔검사를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제약회사 영업이사인 서모씨(54)는 얼마 전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엉덩이와 손목을 다쳤다. 단순한 통증으로 생각해 냉·온찜질을 반복하며 하루 정도 그냥 내버려뒀는데, 부기가 커지면서 고통이 심해졌다. 결국 동네병원을 찾았는데 뜻밖에도 ‘고관절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골다공증으로 '骨骨대는' 중년 남성…견과류·두부·귤로 예방
의사는 “골밀도 검사를 해보니 정상인의 70%도 안 되는 중증 골다공증”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의사는 뼈가 약해진 원인으로 최근 무리하게 살을 빼려고 시도한 다이어트를 지목했다. 서씨는 50세를 넘기면서 키(169㎝)에 비해 몸무게(87㎏)가 많이 나가고 뱃살도 늘어 올 들어 하루 한 끼만 먹는 ‘1일1식’ 다이어트를 해왔다.

50세 이상 남성 절반이 ‘약골’

골다공증은 말 그대로 뼈가 많이 소실돼 구멍이 나는 질환이다. 보통 폐경기 이후의 여성, 남녀 통틀어 70세 이상 노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에는 만성적인 칼슘 부족, 무리한 체중 감량, 술과 담배의 영향으로 40대 이후 남녀 모두에게서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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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50대 이상 남성의 뼈 건강이 좋지 않다. 김정희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50세 이상 장년 남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10명 중 한 명, 골감소증은 10명 중 5명 정도인데, 이는 전립선암 유병률보다 높은 빈도”라며 “책임질 일과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로 흡연, 과도한 음주(하루 소주 두 잔 이상), 칼슘이나 비타민D 결핍, 신체활동 저하 및 운동 부족 등이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내분비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0세 이상 남성 2명 중 한 명이 골다공증이나 골감소증을 겪고 있다. 골밀도가 정상인의 75~90%면 ‘골감소증’, 75%도 안 되면 ‘골다공증’이다. 모두 뼈를 약하게 해 작은 충격에도 골절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남성 골다공증·골감소증 환자 중 90%는 병을 진단받지 못하고 있다. 골밀도가 낮다고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골다공증은 ‘여성의 병’이라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남성 골다공증 환자의 대부분은 우연히 건강검진을 받다가, 혹은 골절 때문에 병원을 찾았을 때 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견과류 한줌, 햇볕 30분 쬐면 ‘뼈 튼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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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골다공증은 여성에 비해 후유증이 크다. 김 교수는 “남성은 뼈를 다시 붙이는 수술 도중 폐렴·패혈증 같은 합병증이 잘 생긴다”며 “장기(臟器)가 전반적으로 더 노화돼 합병증이 잘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중년 이후 남성의 골다공증은 주로 담배나 술로 급격히 악화된다. 술과 담배의 독성 성분이 뼈를 만드는 세포를 공격해 골다공증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남성들은 뼈 건강에 지나친 자신감을 보이는데,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허리가 구부러지는 신체 변형이나 전신 쇠약, 무기력증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골다공증 환자는 뼈가 붙기를 기다리며 또 부러지지 않도록 골다공증을 개선하는 약을 쓰는 것 외에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며 “회복 기간도 3~6개월로 비교적 길다”고 말했다.

결국 치료보다는 예방이 최선이다. 골다공증은 뼈 속의 칼슘·인 등이 줄어 뼈가 약해져 발생한다. 따라서 평소 꾸준히 칼슘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 하루에 20~30분 정도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합성돼 칼슘 흡수에 도움을 준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따로 보충제를 챙겨 먹는 것도 좋지만 부족한 칼슘은 하루에 두부 한 모, 치즈 두 장, 견과류 한 줌, 우유 두 잔 중 하나를 먹으면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 대표 과일인 귤도 뼈 건강에 좋다. 귤의 비타민C와 색소 성분인 베타크립토산틴이 골다공증 위험을 낮춘다는 일본의 연구 결과도 있다. 귤의 베타크립토산틴 함량은 100g당 3.22㎎으로 오렌지의 46배, 레몬의 161배나 된다.

뼈의 강도를 높이는 운동도 필요하다. 예컨대 걷기·달리기·줄넘기·계단 오르기와 같이 뼈에 힘이 실리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안 교수는 “따로 운동을 하기 힘든 직장인이라면 점심식사 후 1분에 100m를 걷는 속도로 30분 정도 걸으면 좋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사무실에서 의자에 앉을 때 가슴을 펴고 허리를 세워 바르게 앉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세가 기우뚱하면 뼈의 한 부위만 압박을 받아 변형되기 쉽기 때문이다.

도움말=김정희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