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홍콩 크리스티가 아시아 근현대미술 경매에서 김환기 화백의 ‘무제’를 경매하고 있다.
지난 22일 홍콩 크리스티가 아시아 근현대미술 경매에서 김환기 화백의 ‘무제’를 경매하고 있다.
지난 22일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아시아 근현대미술’ 경매에서 김환기의 1958년작 ‘무제’(60×81㎝)가 추정가보다 5배 높은 784만홍콩달러(약 11억2000만원)에 팔렸다. 앞서 11일 ‘블루칩’ 작가 이우환 씨의 1976년작 ‘선으로부터’(161.9×130.2㎝) 시리즈는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216만5000달러(약 23억7000만원)에 낙찰됐다.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미술을 찾는 애호가층이 늘면서 ‘K아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을 비롯해 김환기 이우환 등 블루칩 화가들의 작품이 뉴욕과 홍콩 경매시장에서 고가에 팔리며 ‘미술 한류’를 선도하고 있다. 또 단색화가 정상화, 박서보, 하종현 화백을 비롯해 김수자 구본창 정연두 양혜규 씨 등 20여명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해외 유명 미술관과 화랑에서 줄줄이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체류비와 작품 운송비 등 모든 비용을 해외 초청 미술관에서 지원받기도 한다.

○일본 미국 유럽 전시 줄이어

40대 영상 설치작가 정연두 씨는 일본 도쿄에 있는 미술관 ‘아트타워 미토’에서 내년 2월1일까지 초대전을 연다. 사진작가 구본창 씨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메이저 화랑 카를라 소차니 갤러리 초청으로 개인전(내년 1월1일까지)을 열고 있고, 지난 8월 미국 애리조나 마리포사에 영상 작품 ‘앨범’을 설치한 ‘보따리 작가’ 김수자 씨는 뉴욕 코넬대 이타카에서 열리는 CCA비엔날레에 참여하고 있다. 또 설치 작가 양혜규 씨는 최근 신작 ‘스파이스 문(Spice Moons)’을 뉴욕현대미술관 로비에 전시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은 단색화 작가들의 해외 전시회도 줄을 잇고 있다. 박서보 화백은 파리의 페로탱 갤러리에서 회고전을 열고 ‘단색화의 정수’를 프랑스 미술계에 알리고 있다. 하종현 화백은 뉴욕 블럼앤포갤러리의 개인전(내달 12일까지)을 연다.

지난 6월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전시한 이우환 씨는 내년 상반기 런던 테이트뮤지엄 초대전을 추진 중이며, ‘옻칠 단색화’로 유명한 김영준 씨는 내년 3월 말레이시아 셸오일 회장 후원으로 말레이시아 관광청에서 전시회를 할 예정이다. 이밖에 설치 작가 이용백(내년 9~10월·중국 하우갤러리), 사진작가 권부문(2015년 3~4월·뉴욕 플라워스갤러리), 윤석남 씨(일본 가마쿠라갤러리)도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단색화를 중심으로 해외 미술 애호가들의 ‘입질’이 이어지면서 해외 수요층이 확실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해석했다.

국내 화가들의 작품도 해외 경매시장에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박수근, 김환기, 김창열, 남관 등 17명의 작품 40점은 24일 열리는 서울옥션의 홍콩 가을 경매에 대거 출품된다. 김환기의 ‘푸른색 점화’(9억원), 박수근의 ‘고목과 나무’(6억원)가 해외에서 새 주인을 찾을지 주목된다.

○침체한 미술시장의 활력소

한국 작가들의 차별화된 작품은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 작가들이 스위스 바젤, 파리 피악 등 해외 아트페어에 진출하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최근 들어 국내 작가 작품에 대한 해외 컬렉터층이 형성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혜경 크리스티한국사무소장은 “웨민쥔, 팡리쥔, 쩡판즈 등 중국 작가의 작품값은 너무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반면 일부 한국 작가는 작품성이 우수하고 가격도 저렴해 장기 투자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해외 컬렉터들이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