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값이 급등하고 있다. 돼지고기는 비수기인데도 가격이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소고기도 국제 시세 불안으로 수입 소고기 시세가 요동치면서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3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돼지고기(박피 기준) ㎏당 가격은 6058원으로 작년 같은 날 4390원에 비해 37.9% 올랐다. 2011년 구제역 파동 때 공급 부족으로 값이 폭등한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정선현 대한한돈협회 전무는 “올해 돼지유행성설사병이 전 세계적으로 번져 국제 시세가 오른 데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국내에 돌면서 닭고기 수요가 돼지고기로 넘어와 값이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기값 40% 껑충…식품가격 또 오를듯
특히 기존에는 잘 팔리지 않아 저렴하던 앞·뒷다리살 가격은 전년 대비 50%가량 올라 ㎏당 5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류상권 롯데마트 축산담당 상품기획자는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뒷다리살을 먹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올해 1~10월 돼지고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저지방 부위인 앞다리살과 뒷다리살, 안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 1.5%, 6.2% 증가했다. 반면 삼겹살은 9.6% 줄었다.

뒷다리살로 햄과 소시지를 만드는 CJ제일제당, 롯데푸드, 동원F&B, 대상 등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초 뒷다리살 가격이 ㎏당 4000원을 넘었을 때 원가 압박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8~16% 올렸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올해 뒷다리살 가격이 ㎏당 4000원대 초반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책정한 가격이었다”며 “5000원대를 넘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식품업계에서는 육가공업체들이 또다시 햄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한한돈협회와 농·축협은 높은 가격이 계속 유지되면 육가공업체와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어 농가가 함께 고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최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자율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가죽을 기계적으로 벗기는 ‘박피’ 방식으로 도축한 돼지고기는 ㎏당 6000원을, 뜨거운 물에 넣어 털을 뽑는 ‘탕박’은 ㎏당 5700원을 각각 넘으면 값을 2% 내리기로 했다.

수입 소고기 가격도 올 들어 계속 오르고 있다. 공급 부족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다른 산지의 소고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미국산 소고기 선물 가격은 올해 1월 100파운드당 130달러에서 10월 170달러로 30%가량 올랐다. 호주산과 뉴질랜드산 소고기도 비슷한 수준으로 값이 뛰었다. 장선화 롯데마트 축산담당 상품기획자는 “국제 곡물값이 상승하고 중국의 소고기 소비가 급증하면서 국제 소고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의 호주산 소고기 소비자가격은 2년 새 13~34%가량 올랐다.

선진 등 육가공업체로부터 소고기를 공급받는 햄버거 업체들은 원가 인상에 울상이다. 호주산과 뉴질랜드산 소고기를 사용해 패티를 만드는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최근 소고기 공급가격 인상을 통보받았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원가 압박을 받고 있지만 가격을 추가 인상할 계획은 없다”며 “장기적인 비용 절감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올 들어 1.4~2.5% 가격을 올린 바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