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년새 사장 2명·임원 102명·직원 4000명 급증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격화로 삼성전자의 실적은 지난 1년간 급격히 나빠졌지만 조직 규모는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단을 포함한 전체 임원 숫자가 1년 만에 100명 이상 늘었고 국내 사업장 직원 규모도 4000명 가까이 불어났다. 다음달 1일과 4일 예정된 삼성그룹 사장단 및 정기 임원 인사에서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에 대한 ‘군살빼기’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4일 본지가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10조2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뒷걸음질쳐 올 3분기 4조1000억원으로 1년 만에 60%나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매출도 59조1000억원에서 47조4000억원으로 20%가량 빠졌다.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했던 스마트폰이 올 들어 급격한 판매 부진에 시달린 탓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조직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장단(회장·부회장 포함)만 올 9월 말 기준 26명에 달한다. 1년 전 24명보다 2명 많고 삼성그룹 전체 사장단(59명)의 40%를 넘는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부문 7명, 반도체·디스플레이(DS)부문 3명, 소비자가전부문(CE) 2명이다. 나머지 14명의 사장단은 경영지원실 소속이거나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회봉사단 등에 삼성전자 소속으로 파견돼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삼성전자 소속이다.

사장단을 포함한 전체 임원 숫자도 작년 9월 말 1119명에서 올 9월 말 현재 1221명으로 102명이나 늘어난 상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면서 작년 말 정기 임원 인사 때 역대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가 이뤄진 결과다.

특히 스마트폰을 담당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IM부문은 2012년 미디어솔루션센터와 무선전략마케팅실에 이어 지난해에도 네트워크사업부와 글로벌제조센터가 사장급 조직으로 격상되면서 사장만 7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 됐다. 임원 승진 잔치도 무선사업 쪽에 집중됐다.

직원 수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 국내 근무 인력은 이 기간 9만5648명에서 9만9556명으로 3908명 증가했다. 올 하반기 이후 실적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설이 끊이지 않았지만 인력 규모는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IM부문도 지난 9월 소프트웨어 인력 500여명을 다른 사업부로 전환배치했는데도 이 기간 인력이 2만7820명에서 2만8034명으로 214명 불어난 상태다. 특히 무선사업 쪽 연구개발(R&D)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출시 모델 수가 급증하는 등 비효율이 쌓여 왔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회사 안팎에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설과 구조조정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에 만들어진 조직을 그대로 끌고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은 사장단 축소, 임원 감축, 인력 축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디어솔루션센터 등 최근 급팽창한 조직을 손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M부문은 지난 10여년간 PC, 모니터, MP3, 카메라 같은 사업을 모조리 흡수하면서 조직이 급격히 커졌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인력 구조조정은 한 차례도 없었다”며 “사업이 잘될 땐 아무 문제가 없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